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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인재 15호로 영입한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의 거취를 두고 지역정가가 어수선하다. 당적을 바꾼 이력이 있으나 그동안 신용한은 대표적인 보수진영의 인사였다. 박근혜 정부시절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그는 2020년 1월 보수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 전략단장으로 보수 통합에 참여했다.

2021년엔 국민의힘 대권후보 원희룡 캠프의 상황실장으로, 2022년 3월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책실무 총괄책임자로 활동했다.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도전을 시도한 바 있으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바른 미래당 소속으로 충북지사에 출마했다.

누가 봐도 찐 보수로 비치던 신용한이 지난 2월 7일 더불어 민주당 15호인재로 영입됐으니 펄쩍 놀랄 일까진 아니다하더라도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의 전향에 대해 보수층 지지자보다 진보층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권력욕심에 흔들리는 정체성

국민의 힘 지지자들은 '당에 많이 섭섭했나 보네. 그렇다고 정치적 신념을 바꾸나' 정도의 석연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일부 민주당 당원들은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자세로 신용한 영입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가 최근 15호 인재로 영입한 신용한을 지역 선거구에 전략 공천할 것이란 소문이 돌자 컷오프 위기를 느낀 현직 국회의원 켐프지지자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게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의 정체성에 반하는 인물로 정치인생을 오롯이 보수정권을 위해 헌신한 이력의 인물이 민주당 총선 후보로 앞장서게 된다면 당원들은 당의 혁신과 새 정치 구현에 대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는 게 당원들의 외침이다.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의 고조 '유방'이 어느 날 수하의 장수 여러 명이 넓은 모래밭에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유방은 창업공신 '장량'에게 장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장량은 유방이 '진중에서 계략을 꾸며 승리를 천 리 밖에서 결정지었다'고 평가했을 만큼 뛰어난 책사였다.

***구호뿐인 새 정치 구현

왕의 질문에 장량은 그들이 모반을 의논하고 있는 것이라 태연히 답했다. 장량의 말에 크게 당황한 유방이 모반을 꾀하는 이유를 묻자 장량이 조목조목 설명했다.

"폐하께서는 개국공신 중 '소하'나 '조삼' 등 측근 이십여 명에게만 벼슬을 내려 제후로 봉하시고 평소 폐하와 친분이 없는 지방 영주 같은 자들에겐 지난 책임을 물어 오히려 벌을 내리셨습니다. 폐하와 친분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상 대신 벌을 받게 될지도 모름을 염려한 장수들이 차라리 모반을 꾀해 화를 면하자는 생각으로 상의를 하는 중입니다"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른 올바른 처우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 불안해 장수들이 모반을 꾀하고 있다는 장량의 말에 고조는 해결책을 물었다.

"폐하께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으로 폐하가 그를 미워함을 모두가 알고 있는 자를 급히 제후로 봉한 후 사실을 천하에 알리셔야 합니다"

유방은 바로 옹치(雍齒)를 생각했다. 옹치는 한 때 유방을 심하게 핍박하며 죽이려 들던 자였다. 장량의 말에 따라 한고조가 옹치를 제후로 봉하자 장군들은 모두 안심했다. 이 고사에서 모래밭에서 모반을 꾀한다는 '사중우어(沙中偶語)'와 부하를 달래려 미운 놈을 기용한다는 '옹치봉후(雍齒封侯)'라는 성어가 생겼다.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인지라 수장이 수하의 공적을 바르게 가려 불만 없이 상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모반을 꾀하며 서로 네 탓을 하는 배신의 모래바람이 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세찬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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