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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병원 대기실에서 무료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중, 난데없는 고성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몹시 격앙된 표정의 어르신이 접수대 직원을 향해 불만을 쏟고 있다. 아니, 야단을 치고 있었다.

"할아버지라니, 내가 어떻게 댁의 할아버지란 말이요. 내 누이가 댁보다 어릴 듯싶은데 누구보고 할아버지래!" 분홍색 유니폼의 직원이 쩔쩔매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순박한 표정의 중년여직원은 어떤 말로 호칭을 정정해야할지 몰라 그저 죄송하다는 말을 작은 소리로 거푸 내놓으며 고개를 숙였다. 눈앞의 상황이 일순간에 정리가 되면서 예의가 아니게도 슬쩍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삼켜야 했다.

아마도 그 직원은 아무개환자님으로 부르기엔 내방자의 연세가 높아 보여 나름 예우를 갖추느라 이름 뒤에 할아버지를 붙였었나 보다. 그러나 듣는 어르신에게 '할아버지'란 호칭은 충격적인 비하어로 여겨졌던 것 같다.

여동생 또래를 운운하는 어르신의 주장 속엔 접수대의 여직원을 자신과 거의 동년배로 여기고 싶어 하는 터무니없는 자존심이 엿보였다. 그러나 강마르고 구부정한 몸피에 염색약 빠진 흔적이 남은 듬성듬성한 머리칼의 남성은 한 눈에도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분이 안 풀린 노인은 도장을 찍듯 결연하게 한 마디를 내뱉고 황황히 자리를 떴다.

"내가 이 병원 다시 오나봐라"

호칭 때문에 불같이 화를 낸 그 분의 행동을 보며 잠시 그렇게까지 화를 냈어야했나 싶었지만 곧 측은한 마음이 올라왔다. 남이 생각하는 자신과 남이 생각해줬으면 하는 자신과의 간극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구나, 서글픈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지하철에서 병원의 접수직원과 비슷한 실수를 저질러 역정을 들었던 일이 생각난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운 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한참 연세가 높아 보이는 노신사가 힘들게 서 계시는 것을 보았다.

뼈 속까지 충청도 사람이어서 연장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하는 것을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는지라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을 불렀다. "어르신, 여기 앉으시지요."

그런데 가볍게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앉을 것이라 예상했던 그 분의 표정이 불편하게 변했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는 분께 눈치 없이 다시 한 번 자리를 권하자 그 분은 감정을 한껏 억누른 목소리로 나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런 법은 없습니다. 남자인 내가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법이지, 왜 여성이 내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입니까? 내가 다리라도 다친 사람입니까? 나 건강한 남성입니다."

'죄송합니다'는 과하다 싶어 '알겠습니다' 정도의 사과를 드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던 것 같다. 물리적 나이는 들었을망정 여성 앞에서 남성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하던 그 분은 더 연세가 높아진 지금도 노인이 아닌 굳건한 남성의 삶을 살고 계시리라.

병원에서 항의를 했던 분이나 지하철에서 좌석양보를 거절했던 분은 나이를 떠나 아직 팔팔한 자존심이 살아 있는 건강한 남성이다. 학업이나 일에 지쳐 졸고 있는 청소년에게 경로를 주장하며 자리를 양보하라 요구하는 인정 없는 노인들과 비교하면 멋진 어른임에 틀림없다.

청년으로 살고자하는 두 분은 아마도 연배보다 더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실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양보해서 '이제 할아버지로 보이는 나이가 됐구나' 인정을 한다면 얼마나 편해지실까. 당신도, 곁의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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