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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20 13:30:18
  • 최종수정2024.02.20 13:30:18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의 6학년 미술 수업시간에 교사가 포르노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며 일부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 교장이 사퇴한 일이 있었다. 학부모들이 격노한 문제의 사진은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조각인 '다비드상'을 담은 학습자료 사진이었다. 포르노의 실체가 세계 최고의 예술작품인 다비드상이라는 사실도 황당했지만 미국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 더 어리둥절했다.

다비드 상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피렌체 시청의 청탁을 받아1501년과 1504년 사이에 조각한 대리석상으로 높이 5.17m에 이르는 대형 조각상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다윗 왕의 청년기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로 물리친 다윗을 통해 압제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쟁취한 피렌체를 나타내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청년의 몸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다비드상은 완성된 후 지금까지 감동과 찬탄이 이어지는 걸작 중의 걸작으로 1499년 제작한 피에타와 함께 미켈란젤로를 거장의 반열에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예술과 외설을 혼동해서야

그러나 불만을 제기한 학부모들에겐 다비드상은 감춰야 할 신체의 모든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불쾌한 음란물일 따름이었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이 이런 포르노를 봐서는 안 된다'며 분노했다.

미국에서 벌어진 다비드상 외설논란을 접한 이탈리아의 피렌체 시장과 피렌체의 아카데미 미술관장은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지 말고 작품의 순수함을 보라'며 발끈했다. 다비드를 포르노로 보는 건 성경은커녕 르네상스 예술도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사건을 성토했지만 포르노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다비드상을 단지 벌거벗은 남성을 표현한 외설물로만 여긴 학부모들에겐 피렌체의 간곡한 외침은 그저 다른 동네 자동차 경적소리에 불과했으리라.

일 년 전 바다 건너 나라에게 일어났던 희한한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건이 경주 보문단지에서 발생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설치돼 있던 조각상 2점이 외설논란 끝에 철거됐는데 그 이유가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가슴을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란다.

경북도의회의 경상북도 문화관광공사에 대한 행정 사무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조각상 철거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경북도의회 의원은 "가족 단위는 물론, 남녀노소 연중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경주보문단지 호반 산책로에 설치된 낯 뜨거운 조각상들"이라며 골칫거리 폐기물이라도 치워버린 것처럼 의기양양해 했다. 크나 큰 업적인양 예술작품 철거를 자랑하는 도의원의 발언에 말문이 막힌다.

***나체와 누드의 차이

복사라도 한 것처럼 언론매체마다 일제히 퍼다 올린 '나체 조각상'이란 표현도 불편하다. 예술작품의 격을 떨어뜨리는 나체란 단어의 민망한 뉘앙스 때문이다. 벗은 몸인 '나체(naked)'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면 '누드(nude)'가 된다. 영국예술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두 단어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옷을 벗어 버리는 나체(naked)와는 달리 누드(nude)란 단어는 불편한 느낌이 아니다. 누드의 이미지는 움츠리고 무방비한 신체가 아닌 균형 잡히고 건강하며 자신만만하게 재구성된 육체의 이미지다.'

누드는 단순히 알몸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미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인체를 재구성하고 조형한 작품이라는 클라크의 정의를 귓등으로 흘리지 말았으면 한다. 그런데 누드 전신상을 굳이 나체 조각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래야만 반문화적 행태의 명분이 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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