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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잔치에서 빠지면 안 되는 음식이 국수다. 특히 결혼식피로연은 '국수를 먹는다'라는 표현을 쓴다. 혼인의사를 물을 때도 '언제 결혼할거냐'란 직설보다 "국수는 언제 먹여 줄거니"라는 은근한 질문이 익숙하다.

잔치 때 먹는다하여 잔치라는 이름이 국수 앞머리에 붙은 잔치국수는 맑은 육수장국에 면을 만 뒤 애호박, 김, 계란지단 등의 갖은 고명을 얹은 음식이다.

밀가루가 흔치 않던 조선시대에는 잔치 때나 밀가루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기에 밀가루국수를 잔치국수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잔치국수 재료인 소면은 일제강점기 무렵 우리나라에 전해진 식자재라고 한다.

밀가루국수보다 메밀국수를 주로 즐겼던 우리 음식문화가 급격히 밀가루국수로 기운 원인을 8·15 광복 이후 미국의 엄청난 밀가루보급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노천명의 시 '잔치'에 그려진 정겨운 혼례식 잔치국수 상 풍경을 보자.

'호랑담요를 쓰고 가마가/ 윗동리서 아랫말로 내려왔다//차일을 친 멍석 위엔/ 잔치국수 상이 벌려지고/ 상을 받은 아주머니들은/ 이차떡(인절미)에 절편에 대추랑 밤을 수건에 쌌다//대례를 지내는 마당에선/장옷을 입은 색시보담도 나는/그 머리에 쓴 칠보족두리가 더 맘에 있었다.'

1945년 2월 발행된 노천명의 2번째 시집 '창변'에 수록된 시이니 아마도 그 때의 잔치국수는 밀가루국수가 아닌 메밀국수였을 듯싶다.

지방에 따라 국수를 국시로 부른다.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지방의 방언이다. 이렇게 다른 사투리 때문에 생긴 수많은 에피소드 중 국수와 국시 다툼도 꽤 재미지다.

서울 신랑과 경상도 신부가 국수를 먹다가 다투게 됐단다. '국수'라고 하는 신랑의 말에 신부가 국수가 아닌 '국시'라며 우겼기 때문이다. 한참을 서로 옳다 다투던 두 사람은 누구의 말이 맞는지 이웃에 사는 고명한 학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선생님, 국수와 국시 중 뭐가 맞습니까? 혹시 다르다면 어떻게 다릅니까?" "그럼요, 다르지요.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든 것이거든요." "밀가루와 밀가리는 어떻게 다른데요?" "밀가루는 '봉지'에 담은 것이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봉지와 봉다리는 어떻게 다릅니까?" "예, 봉지는 '가게'에서 파는 것이고 봉다리는 '점빵'에서 팝니다." "가게와 점빵은 또 어떻게 다른가요?" "가게는 보통 '아주머니'가 지키고 점빵은 주로 '아지매'가 봅니다."

"그렇군요, 아주머니와 아지매는 어떻게 다른데요?" "가게 아주머니는 '아기'를 업고 있고요, 점빵 아지매는 '얼라'를 업고 있습니다." "아하, 그러면 마지막으로 아기와 얼라는 어떻게 다른가요?" "아기는 '누워' 자고 얼라는 '디비' 잡니다."

지난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사건에 대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자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는 SNS에 국수 먹는 사진을 올리고 '드디어 잔치국수를 먹었다'면서 '매년 3월10일을 촛불시민혁명기념일로 지정하고 잔치국수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셀프 잔치를 인증한 바 있다.

오늘 점심 못 드시는 분 몫까지 2인분을 먹었다고 자랑한 국수는 공교롭게도 그날 국회의원회관 점심 메뉴였다. 우연히 받게 된 국수에 자신의 마음을 얹어 '잔치국수'라 표현한 노회찬의 순발력은 인정할 만했다. 그러나 참담한 국가적 불행을 잔치라 즐긴 정치인의 언행은 적절함을 따지기 전에 섬뜩한 느낌이었다.

노회찬의 잔치국수 포스트 이후 잔치국수 인증은 상대 정치진영의 불행을 빈정대는 상징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자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잔치국수 사진과 함께 '당원모집 후 잔치 벌였슴다'라는 글을 게재한 식이다.

좋은 날 한자리에 모여 잔치국수를 먹는 것은 같은 음식을 먹으며 유대감과 기쁨을 나누자는 의미일 게다. 어쩌다 상대의 불행을 즐기는 인증음식이 된 잔치국수의 운명이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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