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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3.18 14:40:14
  • 최종수정2025.03.18 14:40:14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스무 살을 약관(弱冠)이라고 한다. 태어나서 열 살까지의 유(幼)는 배우는 나이, 스무 살은 상투 틀고 갓을 쓰는 관례를 치르고 성인이 되는 나이다. 장(壯)인 서른 살은 결혼을, 마흔 살 강(强)과 쉰 살 애(艾)는 관직에 나갈 나이라 했다. 유교경전 '예기'의 '곡례편'에 전하는 말씀이다.

어린 나이에 이름을 날리면 약관의 나이에 출세했다며 칭찬한다. 그런데 약관출세는 칭찬과 함께 우려가 따랐다.

중국 북송시대의 대표적 성리학자 정이천은 경계해야하는 인생의 세 가지 불행에 대해 이렇게 걱정했다. 첫 번째 불행은 어린 나이에 높은 관직에 오르는 '소년등과(少年登科)'고, 두 번째 불행은 세력 있는 부모나 형제의 덕으로 벼슬을 얻는 '석부형제지세(席父兄弟之勢)'다. 정이천은 마지막 불행으로 뛰어난 재주로 문장에만 능숙한 '유고재능문장(有高才能文章)'을 꼽았다.

어린나이에 너무 빨리 과거에 급제하여 중년의 험난한 세파를 이기지 못하고 꺾이거나, 부모와 형제에 기대어 홀로서기가 안 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주의하라는 당부는 이해가 쉽다. 그러나 뛰어난 재주로 문장에만 능숙한 것을 가장 큰 불행이라 한 마지막 항목은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받고 태어났다 할지라도 올바른 인성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과 질시를 받을 수 있다는 이 말은 재능보다 겸손과 자기반성이 더 중함을 일깨운다.

정이천이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이라고 지적한 세 가지 경우를 짚어보면서 도리어 이 같은 불행을 '인생의 세 가지 행복'으로 부러워하며 살았구나 싶어 머쓱해진다. 한편으론 이러한 지적들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모자란 자신에게 작은 위안이기도 하다.

첫돌 무렵 잡지 표지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예쁜 어린이가 있었다. 2009년, 아홉 살이 된 소녀는 이창동감독의 '여행자'에 캐스팅된다. 연기에 감탄한 칸 영화제의 초청으로 칸의 레드카펫에 선 최연소 한국배우가 된 어린이는 각종 연기상을 휩쓸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듬해인 2010년, 흥행에 성공한 영화 '아저씨'에 출연하여 아역답지 않은 느와르의 연기 선을 완벽하게 구현한 소녀는 대중에게 확실히 이름을 알린다. 아홉 살과 열 살에 출연한 단 두 편의 영화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꿈나무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2014년 '도희야'로 다시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소녀 배우는 열네 살에 칸의 레드 카펫을 두 번 밟은 기록을 세운다. 배우 김새론의 이야기다.

그 후 드라마와 영화, 예능방송 등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하던 김새론은 지난 2022년 5월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음주운전 사고를 치기엔 너무나 어린 스물두 살 김새론에 실망한 사회적 비판은 가혹했다.

법적인 처벌을 받고 2년이 넘는 자숙의 시간을 보냈지만 대중의 싸늘한 반응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특히 일부 유튜버의 과도한 흠집 내기는 부모해친 원수라도 다루듯 악의적이었다.

연예계에 복귀할 수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새론이 이른 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조한 사망보도가 그래서 더 짠하다. 이제 스물다섯, 새 봄처럼 풋풋한 그토록 사랑스럽던 그녀의 죽음은 너무 일찍 스타가 되어 세파를 견디지 못하고 꺾인 '소년등과'의 불행이다.

누가 그녀를 보냈는가에 대한 책임공방이 어지럽다. 굳이 따진다면 지키지 못한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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