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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3.04 14:57:45
  • 최종수정2025.03.04 18:16:06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끼는 허기를 채우는 음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밥 한 번 먹자'거나 '밥 먹으러 와'란 인사는 유난히 따뜻하다. 당신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싶다는 관심과 마음이 느껴져서다.

하물며 생계가 힘들어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이들에게 갓 지은 밥이 주는 의미는 긴 수식이 필요 없는 위로일 게다. 더구나 그 밥을 대가없이 베풀었다면 그 어떤 덕행보다 귀한 공덕이라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남에게 베푼다. 탐내는 마음이 없어 자기가 지은 공덕을 이웃에게 돌린다. 그런 보시가 보시 가운데 가장 훌륭하나니, 살아서 그 복을 얻고 죽어서 천상의 복을 누리리라" 불교경전 '증일아함경'에 언급된 부처의 말씀이다.

먹을 것이 넘쳐나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요즘, 끼니를 걱정하는 절대 빈곤층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묻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노인 빈곤율이 높다.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 독거노인은 한 번 빈곤에 빠지면 건강까지 나빠져 계속 빈곤의 늪에 갇히게 된다. 밥 한 끼를 해결하기 힘든 이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일 수 있는 것이다.

컵라면으로 일주일을 버틴다는 한 독거 할아버지는 치아가 부실해 질긴 고기반찬은 힘들다며 가장 드시고 싶은 음식이 시래기국과 배춧국, 콩나물국이라고 했단다. 이 분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 방 한 칸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홀몸노인이나 저소득층 등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급식소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의 주식이 밥이라서 이런 급식 나눔 활동을 '밥퍼'라고 한다. '밥을 퍼 준다'의 줄임말이다. 빵을 만들어 전달하는 '빵퍼'라는 말도 생겼다.

혹한이 한풀 꺾인 지난 주 수요일, 금천동 효성병원을 지나다 효성메디컬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무료급식 봉사현장을 발견했다. 오전 10시쯤이었는데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20여 명이 야외 간이주방에서 급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마침 현장에 배식봉사를 위해 도착한 청주시 새마을회 용암 1동 회원 다섯 분이 있었다. 곁에서 같이 배식 봉사를 거들 수 있느냐 물었더니 흔쾌히 동참하라 했다. 봉사가 일상인 분들에겐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난생처음의 밥퍼 봉사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시작해 코로나 거리두기로 잠시 쉬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주 수요일마다 지역 소외 계층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오늘이 639회째라는 설명을 바쁜 직원에게 들었다.

무심천의 매운바람을 막기 위해 두터운 비닐막을 쳐 마련한 급식장소에는 노인들이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배식을 기다리며 빈자리 없이 앉아 있었다. 급식이 있는 수요일이면 오전 7시나 8시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계신단다.

이 분들이 이처럼 아침 일찍 급식소를 찾는 까닭은 시장함보다 정서적 교류가 목말라서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지내는 방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들에게 담소를 나누며 따뜻한 밥까지 먹을 수 있는 수요일의 무료급식소는 소풍처럼 설레는 모임 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각 오전 11시부터 시작하여 낮 12시 30분까지 실시하는 배식 봉사에 식판 나누어 드리는 일을 맡았다. 부실해 보이는 내 모습이 음식 배식을 맡기기엔 미덥지 않았나보다. 순서가 한꺼번에 밀리지 않도록 수저와 식판을 나누어 드리는 제일 쉬운 일을 하면서도 서툰 일꾼은 긴장으로 다리가 뻣뻣했다.

김이 나는 잘 지은 밥에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양배추 피망 가지나물 볶음, 알맞게 익은 깍두기와 요구르트 한 병을 받은 300여 명의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며 송수권 시인의 시 '혼자 먹는 밥'이 떠올랐다.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숟가락 하나/놋젓가락 둘/그 불빛 속/딸그락거리는 소리'

혼자가 아닌 여럿이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 얼마나 정다운지 가슴이 더워졌다.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이가 만든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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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