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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고 한다. 주인이 있는 여느 개와 마찬가지로 번듯한 이름이 있다. 첫째 놈의 이름이 '선입견'이고 나머지 한 놈은 '편견'이다.

그저 '그런가보네' 잠시 웃다가 치우기엔 심상치 않은 비유다. 우리가 품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이 비딱하게 합쳐지면 '교만(驕慢)'이 된다. 교만은 잘난 체 우쭐대는 뻔뻔한 태도다. 교만한 자는 제가 제일 잘났다는 착각에 젖어 상대를 깔아뭉개려든다. 돼먹지 않은 선민의식에 빠져 사사건건 가르치려 나선다.

기독교에서 일곱 가지 죄악인 칠죄종을 정해 살인보다도 더 큰 죄로 경계하는데 그 중 첫 번째 중죄로 교만을 꼽았다. 자기 맹신에 젖어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를 해치는 교만한 자의 행동거지를 보자.

일단 감사와 겸손을 모른다. 자신의 편의와 만족을 위해서라면 가책 없이 비행을 저지른다. 협업하여 좋은 결과가 나왔어도 그것이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결과라고 확신한다. 자기가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누리는 지위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외적인 조건으로 판단한다.

같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신의 잘못은 질투와 음모에 의한 모함이라 변명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은 비난받아 마땅한 파렴치한 죄라고 공격한다.

교만에도 사안에 따라 종류가 갈린다. 그 중 높은 자리에 앉아 안하무인으로 저지르는 교만을 우월심의 교만(Pride of superiority)이라 했다. 제 위치가 남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할 때, 황홀한 자뻑상태에서 행하는 교만으로 제 밑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예 안중에 없다. 힘이 없는 사람을 도구나 수단으로 취급하며 소모품처럼 여기다보면 도덕심이 해이해져 차마 같은 사람에게 못할 짓을 태연히 저지르게 된다.

피해자다움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피해상황이 생겼다 치자. 이 상황을 경찰 등 제3자가 관찰했을 때 피해자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즉 보통 생각할 수 있는 피해자의 이미지에 맞아 떨어지는 모습을 피해자에게 찾기 힘들었다. 이런 경우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사건 자체를 의심한다는 의미다.

피해자가 피해자답게 보이지 않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속된 말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다. 살과 옷이 찢기고 혼절을 한 모습이여야만 '피해자다움'이 성립된다면 우리가 키우는 못된 개인 '선입견'과 '편견'이 부른 전형적이며 악의적인 2차 가해가 아닌가.

지난 2018년 발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여비서 김지은 씨의 성폭행 논란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쟁점이 치열했던 사건이었다. 1심에서는 피해자다움에 초점을 맞춰 무죄가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피해자의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유죄가 선고되었고,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최근 비슷한 혐의로 장제원 전 국민의 힘 의원이 피소됐다. 부산 모 대학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자신의 비서와 술자리를 가진 뒤 성폭행한 혐의다.

장제원 측은 "10년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고소를 제기한 데는 특별한 음모와 배경이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가 즉시 신고해야만 피해자다움을 인정할 수 있다는 궤변으로 '무려 10년 지난 시점'이란 항변에서 피해자다움을 앞세운 편견의 공격성이 드러난다.

장제원은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을 두고 "이중성이 역겨워서 말을 할 수 없다"며 독하게 안희정을 비난했었다. 만일 이번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장제원이야말로 누구보다 이중적 행동을 한 셈이 된다. 이 모두가 교만이 빚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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