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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어느 영화제나 마찬가지로 이번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도 가장 조명을 받았던 행사는 개막식에 앞선 레드카펫 행사였다.

최고의 예를 갖춘 휘황찬란한 행사의 상징이 레드카펫(Red Carpet)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제에 참석한 여배우들의 황홀한 레드카펫 위의 자태는 폐막 후까지 잔상이 남아 팬들을 설레게 한다.

천을 염색하는 염료의 가격이 엄청나게 고가였던 중세시대에는 염색한 보라색 직물은 귀족과 사제의 전유물이었다. 보라색 염료는 염료 가운데 가장 얻기 힘든 까다로운 염료였다. 해서 까다로웠던 보라색 염료 제조비법을 국가기밀로 관리했다.

페니키아에서 비잔틴제국으로 전승된 염료의 생산과 판매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됐다. 그런데 지나치게 비밀을 유지한 나머지 비잔틴제국의 멸망과 함께 보라색 염료의 생산법도 영영 묻혀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보라색 직물의 생산이 끊기자 황제와 추기경의 예복은 보라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게 된다. 붉은 색의 염료를 얻는 것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붉은 색 직물 10㎏을 얻기 위해 곤충인 연지벌레 14만 마리가 필요했다고 한다.

왕족들은 평민의 붉은색 직물 사용을 막았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붉은색 옷을 한 번이라도 걸쳐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붉은색은 귀족과 권위의 상징에서 최고의 환대로 이미지가 변했다.

최고의 예우 표시로 레드 카펫 의전이 등장했는데,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때 바닥에 깔았던 붉은 카펫에서 레드카펫의 전통이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융숭하게 대접한다는 의미의 'Red Carpet Treatment'란 단어도 따라서 생겼다.

현대에 이르러 레드카펫은 시상식이나 영화제에 앞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저명 칼럼니스트 '브론윈 코스그레이브'는 그의 저서 '레드카펫, 패션, 아카데미 시상식을 만나다'를 통해 연예산업의 흥행을 이끈 최고의 공로는 레드카펫을 수놓은 여배우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레드카펫 문화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할리우드 자료의 일부다.

최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 행사에서 여배우들의 드레스 코드는 블랙이었다.

많은 여배우들이 지난 5월 작고한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를 추모하는 의미로 블랙드레스를 선택했는데, 국내 배우뿐만이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도 블랙 드레스 대열에 동참했다. 추모의 표시로 선택한 블랙의 드레스는 축제에 품격을 높였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블랙을 마법의 색이라 부른다. 죽음의 색이자 권력의 색이며 부정적인 색이자 지극히 고귀한 아름다움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입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극으로 갈리지만 세계적인 명품 디자이너들은 한결같이 블랙을 극찬했다. 베르사체는 블랙을 단순함과 우아함의 정수라 칭송했고 입센로랑은 블랙을 예술과 패션의 만남으로 사랑했다.

고 김지석씨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출범 당시부터 아시아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로 활동했고 2007년부터 수석 프로그래머 자리에 올라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공로자다.

부산국제영화제를 글로벌 영화제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그는 안타깝게도 지난 5월 칸영화제 출장 중 현지에서 돌연사 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레드카펫의 블랙드레스 행렬은 영화제를 위해 혼신을 다하다 생을 마감한 영화인에 대한 경건한 예우였다. 예술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보였던 레드카펫과 추모의 헌화처럼 느껴졌던 블랙드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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