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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1.21 14:16:48
  • 최종수정2025.01.21 14:16:48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차규근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회복 추경예산 대토론회'에서 '2025년 추경예산은 최소 30조 원 규모로 편성해야 한다'며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내란극복지원금을 반드시 지급하라'고 했다.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의 '내란극복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불안한 정국 탓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긴 하다. 추경이 시급한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앞장서서 경제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겠다며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재원으로 내란극복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주장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도무지 고려하지 않은 공염불처럼 들인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나라 곡간을 헐고 빚을 얻어 20조가 넘는 돈을 전 국민에게 나누어 주자는 주장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20만~30만 원의 현금을 세뱃돈처럼 나누어 준다고 해서 침체된 내수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까. 지원금이 숨 넘어 가는 경제에 심폐소생술이 될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은 확신에 차 있지만 경기부양의 효과는 섣부른 예측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전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극복 등을 위해 2020년에 4차례, 2021년과 2022년에는 두 차례씩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있었다. 특히 매출 감소 피해가 컸던 대면서비스업은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2020년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증대된 카드매출액이 정부가 투입한 예산 14조원의 26.2~36.1% 수준인 총 4조 원 규모에 그쳤다는 것이 KDI의 조사결과다. KDI는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적이고 선별적인 지원이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전 국민에게 몇 십만 원씩 선심을 쓰는 것보다 도움이 간절한 저소득층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한다는 분석인 것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게 되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내란극복지원금 등에 반대하고 있다.

무상복지와 각종 지원금에 익숙해지면서 전 국민이 서서히 공짜에 길 들고 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성적이 좋지 않아도, 나라가 걱정 없이 밥을 먹여주고 학비를 대주는 꿈같은 세상이 열렸구나 싶게 된 것이다.

무상을 반기지 않을 인종은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공짜를 좋아하는 국민이 우리 한국 사람이라 했다. 당장 제 주머닛돈이 나가지 않는다면 겁 없이 소도 잡아먹고, 양잿물도 마실 준비가 돼있는 것이다. 앞뒤 생각 없이 무상지원을 반기며 기대하는 분위기는 공짜를 좋아하는 피의 대물림인 듯하다.

그런데 외상으로 먹어치운 소의 대금을 누가 갚아야하는지를 깨우쳐주고 말리는 사람이 없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정치인들은 오히려 옆에서 외상을 부추기며 제가 공짜거래를 성사시켰다 자랑 질에 혈안인 형편이다.

무엇을 얻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경계로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격언이 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선술집에서는 손님이 술을 한 잔만 마셔도 공짜로 점심을 제공했다. 손님을 끌기 위해 술집주인이 내놓은 미끼를 술꾼들은 덥석 물었다. 그러나 술을 한 잔만 먹고 그만두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공짜점심보다 몇 배 더 비싼 술값이 공짜의 대가였다.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 있다'는 러시아의 속담도 유명하다. 덫 위의 치즈는 쥐의 목숨과 바꿀 미끼니 결국 덫 위의 공짜 치즈만큼 비싼 것은 없다는 일침이다.

보편적 무상복지를 마다할 사람은 드물다. 누가 거저 주는 돈을 거절하겠는가. 그러나 빚을 내어 뿌려대는 지원금의 혹독한 대가를 생각해야 한다. 빚을 내거나 외상으로 잡아먹은 소의 값을 갚기 위해 우리 자식들의 허리가 휠 텐데, 이래도 외상 소를 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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