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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논란 속에 공개됐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언론시사회에서다. 예상대로 기자들은 영화 투자업체인 넷플릭스의 로고가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자 휘파람과 조소를 날리며 영화 생태계를 위협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옥자'는 극장 개봉용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 작품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논란과 반발을 사고 있던 터다.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합성한 넷플릭스(Netflix)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작년부터 국내에도 들어 와 있다. 가입자가 한 달에 7.99달러의 요금을 내면 넷플릭스가 전송권을 확보한 디즈니, 타임워너 그룹을 비롯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HBO 같은 네트워크 방송망의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다.

영화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의 우정을 다룬 SF 어드벤처다. 넷플릭스는 이 영화에 5,000만 달러(약 579억 원)라는 통 큰 투자를 했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옥자' 시사회는 설상가상, 스태프의 실수로 영화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객석에서 소동이 계속 되자 주최 측은 과격한 일부 기자를 퇴장시킨 뒤 처음부터 상영을 재개했다.

객석의 혼란과 영사 사고가 겹친 난감한 사태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반응이 쌈박하다. 그는 "오히려 오프닝을 두 번 보게 되니 영화에 도움이 됐다. 정말 좋다"며 여유를 보여 박수를 받았다. 대인배의 면모다.

"극장용 영화가 아닌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는 것은 거대한 모순"이라며 인터넷 영화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대처도 탁월했다. 봉감독은 "그의 오랜 팬이며 어떤 형태로든 영화를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라고 부드럽게 입장을 밝혔다.

칸 시사회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영화로 2007년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꼽는다.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의 기자들은 '집어치라' 고함을 질렀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볼 돈이 있으면 케이크를 사먹으라는 악평도 다투어 올렸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욕을 먹고 수상도 못했지만,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많은 작품들이 기자와 평론가들에게 선을 보인 언론 시사회에서 혹평을 받았다. 2009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박찬욱감독의 '박쥐' 역시 많은 기자들이 참혹하고 극단적이란 부정적인 평을 했다. 기자들은 시상식장에서도 축하의 환호대신 빈정대며 야유를 퍼부었다.

칸 영화제가 번번이 언론의 반응과 엇나가자 칸 영화제 수상작이 되기 위한 어깃장 법칙이 란 것이 생겼다. 첫 번째가 시사회에서 별점이 높은 작품은 수상이 안 된다는 법칙이다.

작년 제 69회 칸에서도 언론의 가장 좋은 평을 받았던 평점 3.7점인 '토니 어드만'대신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4점 만점에 2.4점의 낮은 점수를 받았던 관심 밖의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칸의 취향에 맞는 감독의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감독 중엔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박찬욱이 칸의 사랑을 받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는 심사위원장의 막강한 파워다. 평론가들이 뭐라 하던 일단 심사위원장의 눈에 들어야 수상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옥자'의 칸영화제 시사회가 끝난 후 전 세계 기자들은 "야유로 시작해 박수로 끝났다"며 대체로 만족이라는 평을 했다. 3.12의 꽤 높은 평점도 얻었다. 그러나 높은 평점과 좋은 평가가 오히려 불안하다. 재미없고 기괴해야하는 칸의 입맛에서 멀어진 듯해서다. '거대한 모순'을 운운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의 발언 역시 꺼림칙하다.

상 따위에 초연하다면 상관없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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