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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3.26 14:12:24
  • 최종수정2017.03.26 14:12:23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세월호의 인양소식에 침몰 지점 인근의 팽목항이 다시 눈물로 가득하다. 수많은 보도사진들 속, 아직도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여든 노모의 흐느낌이 가슴을 엔다.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여든 네 살 노모는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눈물을 쏟고 있다.

"엄마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 전에 아들 한 번 꼭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인터뷰를 보며 따라 울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새끼를 둔 세상 어미의 동병상련이다. 노모는 세월호 참사 이후 TV에 비치는 배도 외면했단다. 물에 잠긴 세월호 안에 갇힌 아들을 생각하면 심장이 오그라드는 아픔이 와서일 게다.

아들 양승진 교사는 참 교육자였다. 가정사정이 어려운 제자를 돕기 위해 학교 뒷산에 천년호를 재배해 '천년호 장학금'을 만들었고, 항상 아침 6시 40분에 출근해 제자들을 돌본 열혈 교사다.

양선생님은 마지막까지도 아이들만을 생각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벗어 준 뒤 '갑판으로 나오라'고 외치면서 다시 제자들을 구하러 배안으로 들어갔다.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버린 거룩한 희생이다.

실종 당시 쉰 후반이던 장년의 아들, 그러나 어머니에겐 늘 사랑스럽고 애틋한 자식이었다. 어머니는 엊그제 꿈속에서 만난 아들의 웃는 모습이 그리도 이뻤다고 했다.

자식을 잃은 애달픈 마음에 동서고금, 귀와 천의 구별이 있을 리 없다. 무쇠보다 단단한 영웅 충무공 이순신도 아들의 죽음 앞에선 한없이 평범한 보통의 아버지였다. '난중일기' 10월 14일의 기록에 셋째 아들 '면'을 잃은 공의 비통함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저녁에 사람이 천안에서 와서 집에서 온 편지를 전하는데, 떼어보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움직이고 정신이 황난하다.

면이 전사한 것을 알고 간담이 떨려 목 놓아 통곡했다. 하늘이 이다지도 어질지 못한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만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네가 죽고 내가 살다니 이것은 이치가 잘못된 것이다. 천지가 어둡고 저 태양이 빛을 잃는구나. 슬프다, 내 어린 자식아.

이제 내가 세상에 있은들 장차 무엇을 의지한단 말이냐. 차라리 죽어서 지하에 너를 따라가서 같이 지내고 같이 울리라. 네 형과 내 누이와 너의 어머니도 또한 의지할 곳이 없으니. 아직 목숨은 남아있어도 이는 마음은 죽고 형용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직 통곡할 뿐이로다. 밤 지내기가 1년처럼 길구나."

죽은 자식이 아까워 너를 따라가고 싶다 가슴을 찢으면서도, 거두어야할 식솔을 걱정해야 하는 가장의 아픔이 사진처럼 선명하다.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김현승의 시 '눈물'의 마지막 연이다. 시인은 사랑하던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그 지극한 슬픔을 신앙으로 견디며 이 시를 썼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겪으며 우리가 기쁨보다 슬픔 속에서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삶의 이치를 시인은 깨달았나보다. 아름다운 것을 영원히 간직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이러한 한계를 눈물로 정화한 것이다.

나무의 꽃이 시든 뒤에 열매가 열리도록 한 신의 섭리와도 같이, 눈물은 피해야 할 것이라기보다 신이 사람에게 내려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고 담담히 내려 적은 시인의 경지는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시인이 더욱 존경스럽다.

3년 만에 세월호가 수면위로 올라오자 팽목항은 함께 아픔을 나누려는 추모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 미안하고 고통스럽다. 정말 미안해' 분향소 방명록의 추도사가 시처럼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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