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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1.01 15:35:44
  • 최종수정2017.02.26 15:24:07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서아프리카의 종교인 부두교 교도들은 사람을 저주할 때 부두인형을 쓴다. 자투리 천 등으로 적당히 뭉쳐 꿰맨 조악한 부두인형에 상대의 손톱이나 머리카락 등을 넣고 뾰족한 도구로 마구 찌르면 저주 대상을 괴롭힐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아예 관광상품으로 부두인형을 내다 팔기도 하는데, 저주를 내리고 싶으면 검은 바늘로 찌르고, 좋은 일을 기원할 때는 흰색 바늘을 꽂으라는 설명서가 들어 있다. 복을 빌어준다며 바늘로 찌르다니, 펄쩍뛰며 사양할 기분 나쁜 인형풍습이다.

부두인형과 같은 인형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아홉 직성의 하나로 9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제웅직성의 나이에 든 사람은 액땜의 방편으로 짚 인형인 '제웅'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제웅에 액운이 든 사람의 이름과 사주를 적어 옷을 입히고 인형 속을 돈이나 쌀로 채운 후 길가에 버렸다.

제웅 안의 돈과 쌀을 얻기 위해 정월 보름 전날이면 동네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는데 제웅을 발견하면 머리 부분을 파헤쳐 재물만 꺼내고 다시 팽개쳤다. 이것이 제웅치기다. 더위를 팔 듯 한 해 동안의 액운을 파는 일종의 인형놀이로 짐작된다.

제웅은 남을 저주하는 데도 쓰였다. 세종 6년 9월의 실록에 상대방을 해치려 풀로 인형 한 쌍을 만든 다음 그 안에 몰래 취한 상대방의 머리카락을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풀 인형은 사지에 유자나무 가시를 잔뜩 꽂아 각각 무당의 신당 두 곳에 감춰두고 죽기를 빌었다.

이처럼 저주하는 사람을 상징하는 매개물인 저주인형 등을 만들어 상대방을 재앙에 빠뜨리고자 하는 행위를 압승(壓勝)이라 한다.

요즘의 압승은 선거나 스포츠 경기 등 경쟁에서 상대를 큰 점수 차로 눌러 이겼을 때 쓰는 말로 굳어졌지만, 이 말의 유래는 무당이 주술, 주문이나 부적 등을 써서 재앙을 없애고 해로운 기운을 제압해 길함을 얻는 압승득길(壓勝得吉)의 술법에서 비롯됐다. 상대방의 숨통이라도 눌러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하는 살찬 욕구가 느껴진다.

저주의 주술행위를 뜻하는 압승이 승리의 의미로 바뀐 것처럼 저주물의 상징인 부두인형은 인기 간식인 도넛으로 다시 태어났다. 미국 태평양 연안의 오리건주 북서부 도시 포틀랜드에서 만드는 '부두 도넛(Voodoo doughnut)'이 그 주인공이다. 귀물형상 도넛은 미국을 넘어 전 지구촌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인 명물이 됐다.

부두인형 모양의 도넛 가슴에는 긴 막대과자가 꽂혀있는데, 과거 부두교도들이 주문을 외우며 인형을 찔렀던 바늘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부두도넛을 맛보고자 몰려든 관광객이 넘쳐나 도넛을 맛보려면 몇 십분 줄을 서야할 정도로 성시를 이루지만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들었다.

지난 연말까지 대구의 한 제과점에서 판매되던 '순실이 깜빵'과 부두인형을 마케팅에 끌어들인 '부두 도넛'은 모두 밉고 끔찍한 캐릭터를 이용해 화제를 모은 간식거리다.

최순실이 마스크를 쓰고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닮은 '순실이 깜빵'은 우유크림으로 반죽한 치즈빵이다. 빵 윗부분을 절반 이상 초코 비스킷으로 덮어 최씨의 검은 단발머리 얼굴을 표현한 이 빵은 신통하게도 최씨와 닮았다. SNS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빵은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그런데, 모양 때문에 먹기는 싫지만 어렵게 기다리며 빵을 구입한 이유가 '하나 사서 포크로 찔러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대중의 평이 섬뜩했다. 최순실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음식을 찌르며 압승 주문을 뱉게 되는 선남선녀의 마음에 나쁜 기가 서릴까봐서다.

지난 연말 순실이 깜빵으로 온 나라에 이름이 뜬 제과점 측은 더 이상 순실이 빵을 만들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다른 빵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란다. 옳은 결단이다. 순실이 깜방을 만든 기발함을 살려, 먹으면서 기분 나쁜 빵이 아닌 행복해지는 빵을 만드시라 응원을 보낸다. 이제 새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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