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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문화제에 예상치 못한 가수가 등장했다. 이제 원로가수라는 이름이 어색치 않은 관록의 스타 양희은이다.

예고 없이 무대에 오른 노가수는 '아침이슬'을 시작으로 '행복의 나라로'와 '상록수'를 열창했다. 특히 엔딩을 애국가로 편곡한 '아침이슬'은 암울한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현장에 모인 시민들의 가슴에 이슬이 아닌 빗발로 젖어 들었다.

이제 불후의 명곡으로 자리 잡은 '아침 이슬'은 46년 전인 1970년, 대한민국 포크계의 전설로 존경받는 김민기가 시를 짓고 곡을 붙인 아름다운 노래다.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알려져 있으나 김민기는 서울대 미대를 다닌 화가였다. 현재는 음악 활동보다 주로 뮤지컬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재다능한 천재 김민기가 만든 아침이슬은 정작 김민기보다 양희은이 불러 크게 히트를 했다. 대한민국의 억압된 정치 상황을 은유하는 듯한 가사로 인해 '아침 이슬'은 시위현장에서 널리 불렸고, 1975년 유신 정부에 의해 금지곡으로 묶였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1971년 정부가 건전 가요로 아침이슬을 선정했었다는 사실이다. 아침이슬이 저항가요로 분류되어 건전가요 선정 4년 후 방송 부적격곡으로 판정받았으나 정작 노래를 만든 김민기는 학생들의 민주화 투쟁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노래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 노래가 시위 현장에서 불리리라는 점 역시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노래를 만들고 부른 사람의 의도와는 달리 아침이슬은 민주화를 염원하는 대중을 대변하는 대표곡으로 남게 됐다. 각종 시위나 집회가 있는 곳이면 '아침이슬'은 어떠한 구호나 웅변보다 높고 넓게 울려 퍼지고 있다.

1975년 공안 당국에 의해 구체적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금지곡 된 아침이슬의 가사에 대해 금지사유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긴 밤, 태양, 묘지, 붉게 떠오르고'와 대비한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라는 노랫말 등이 독재 정권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암시하는 것이란 해석으로 인해 금지곡이 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추측에 대해 가수 양희은은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라는 구절이 당시 수유리 419묘역 근처에 살던 미대생 김민기가 밤새 스케치를 하다 지은 것 같다며 맥 빠질 정도로 순수한 작사의 배경을 밝혀 웃음을 주었다.

1987년 금지곡에서 풀린 '아침이슬'은 북한으로 건너가 북한주민들에게도 알려졌다. 북조선 선전당국이 1996년 "남한 인민들의 반미 데모의 노래"로 '아침이슬'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 어이없는 일이 북한에서도 벌어졌다.

아침이슬이 북한주민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북한은 1998년 아침이슬을 금지곡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침이슬'은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남한에서 해금된 후 다시 북한에서 금지곡이 된 이상한 운명의 노래가 되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울려 퍼진 '아침이슬'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정권의 금지곡이었기에 감회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공연장에라도 온 것처럼 목청껏 양희은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노래를 어떤 마음으로 듣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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