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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팔불출(八不出)이라 조롱한다. 어미 뱃속에서 열 달을 채 못 채우고 여덟 달 만에 태어난 듯한, 평균에서 좀 모자란 인간이라는 뜻이겠다.

그러나 여덟 달만에 태어난 생명인 팔삭동(八朔童)이가 만삭동이보다 부족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팔불출은 그저 못난 자랑질을 경계하는 계훈(誡訓)일 뿐이다.

팔불출의 첫째로 꼽는 자가 제 잘났다고 으스대는 인간이다. 두 번째는 마누라 자랑을 흘리는 자며, 세 번째 불출은 자식 자랑에 침이 마르는 인간이다. 그 다음 네 번째는 선조와 아비자랑을 일삼는 자, 다섯 번째는 저보다 잘난 형제 자랑을 하는 자, 여섯 번째는 누구 후배라며 자신의 학연을 떠벌이는 자다. 마지막 일곱 번째 팔불출이 제 고향이 어디라며 우쭐해 하는 자라 했다.

사람의 욕망 중 제일 큰 것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웬만한 수양으론 제 자랑을 참기 힘들기에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이 자랑하고 싶은 일을 자랑하지 못하는 상황이란 말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된다.

유명 관광명소인 산막이 옛길 관광안내판에 근거 없는 공적과 모험담을 올렸던 임각수 괴산군수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됐다. 2011년 산막이 옛길을 개장하면서 호랑이굴과 호랑이 조형물을 설치한 괴산군은 지난 3월 산막이 옛길을 보수하며 호랑이굴 사연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세웠다.

놀림거리가 된 안내판의 문구가 전래 동화 수준이다. '겨울이면 눈 속에 호랑이 발자국이 남겨져 있어 1968년까지 호랑이가 드나들며 살았던 굴'이라면서 '산막이 옛길을 만든 임각수 군수가 청년 시절 창을 들고 사냥하러 다녔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군청 직원이 임 군수의 자서전인 '산막이 옛길에 서서'에 수록된 '어린 시절 개를 데리고 산토끼, 고라니, 노루, 족제비 같은 작은 짐승들을 잡으러 다녔으며, 길이 2m짜리 창을 들고 산막이 옛길에서 호랑이 사냥을 나섰다 실패한 일화' 등을 참고해 문구를 만들었는데 임 군수의 결재까지 받았다고 한다.

올 봄에 새로 설치된 황당한 관광안내판에 대한 관광객과 주민들의 반응은 환호를 기대했던 군수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혈세로 조성된 산막이 옛길을 군수가 만들었다며 어릴 적 사냥하러 다녔던 곳이라고 한 자랑질이 당치않다는 비판일색에 괴산군은 변명이 궁색해졌다.

'산막이 옛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호랑이 굴을 친근감 있게 소개하려고 산막이 옛길을 추진한 임 군수와 관련된 사연을 소개한 것뿐'이라며 "군수공적을 알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자 결국 문제의 표지판을 서둘러 철거했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든, 남이 무슨 말을 하든 담담히 제 갈 길을 간다. 그러나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남에게 칭찬받고 인정받아야만 존재감을 느낀다. 그래서 끊임없이 선전하고 자랑한다. 어쩌면 아이와 같이 천진한 영혼일 수도 있겠다.

노자는 스스로를 자랑하는 자는 공이 없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자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했다. 이는 모두 발끝으로 오래 서 있으려는 것과 같다는 충고다. 자랑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란 강미정의 시도 외워둘 만하다.

자랑할 일이 생긴 사람은//그 자체로도 눈이 부십니다.// 거기다 자랑의 말까지 떠들어대면

너무 부셔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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