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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법무부수장후보 자리를 당장에 내려놓아야 할 결정적 흠결이 까발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며 배째라식 대응을 고수하던 안경환 후보자가 결국 사퇴했다.

저명한 법학자이자 인권정책 전문가로 폼나게 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까지 오른 지도층 인사다운 배짱이 여론에 밀린 것이다.

그는 "이기심에 눈이 멀어 당시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과오를 인정했지만 '청년시절에 저질렀던 지난 일'임을 강조하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고집했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행위는 메가톤급 스캔들이다. 처음엔 상대의 동의 없이 결혼 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던 범법사실을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도 "정상적으로 결혼생활을 하다 이혼했으나 이혼녀에 대한 편견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혼 대신 혼인무효 형식을 빌린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었다. 헤어진 부인을 배려해 자신이 허위 혼인신고를 한 나쁜 놈으로 덤터기를 썼다는 그럴듯한 포장 덕에 안경환은 잠시나마 대한민국 최고의 배려남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떠돌던 이야기는 헛소문이 아니었다. 안경환은 좋아했던 5세 연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결혼 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긴급히 자청한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혼인 신고가 되어있으면 상대가 자신을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어 혼인을 하리라 막연히 생각했다"고 안경환은 진술했다. 스물여덟, 서울법대를 다닌 엘리트가 저지른 범죄다.

 안후보자가 해당 사안에 대한 내용을 인정하자마자 야당은 "부끄러운 줄 알고 당장 자진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즉각 공격했다. 여론도 야당 못지않았다. 차라리 우발적인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젊은 혈기에서려니 이해하겠다며 쓴 웃음을 짓는 상황이었다.

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안경환 후보자의 결정은 잘한 일이다. 걸림돌이란 표현이 참으로 적절했다.

허위혼인신고는 대개 유명 연예인에 집착하는 스토커들이 저지르는 범죄행위다. 1977년 미스코리아 진에 올랐던 김성희의 허위 혼인신고 사건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김성희는 미인대회 출신으로서 최초로 연예계에 데뷔한 스타다. 깜찍한 서구적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스코리아 심사기준을 정하기 위해 각 신체부위의 치수를 정한 '미스코리아 신체각체론'이란 교본이 있었다. 이 책의 모델이 될 정도로 스타일이 좋았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삼삼하다.

잘 나가던 김성희가 날벼락을 맞은 사건이 허위혼인신고 해프닝이다. 그녀를 짝사랑하던 한 사생 팬이 몰래 혼인신고를 하는 바람에 법적 유부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놀란 김성희가 혼인무효소송을 냈고 남성은 공문서 위조죄로 구속됐다.

그러나 도둑 혼인신고를 했던 황당한 남성은 법정에서 김성희와의 혼인이 진실이라며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본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었는지, 사랑과 집착으로 정신이 나갔었는지는 전문의가 가릴 일이다.

확대 재생산되어 언론에 도배가 된 이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던 김성희는 연예계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녀가 스토커로 인해 오랫동안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3자의 가벼운 동정조차 괴로웠을 것이다.

다시 안경환의 사랑이야기다. 사랑이란 이름을 붙인 그의 범과를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강요하는 사랑은 집착이다. 욕구를 채우기 위해 위협했다면 폭력이다. 이처럼 빗나간 사랑은 병이다. 안경환은 사랑이 아닌 병을 앓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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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