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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동네 회관이나 빈 상가건물 등을 임대하여 할인상품 따위를 판매하는 업자들을 홍보관 떳다방이라 부른다. 서너 달 동안 영업을 하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행태가 반짝 한탕을 노리는 부동산 떳다방과 유사한지라 무허가 부동산 브로커인 떳다방과 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을 펴는 떳다방의 영업방식은 비슷하다. 터미널이나 재래시장 인근에 상품 홍보관을 차린 뒤 밀가루, 설탕, 휴지 등을 미끼선물로 나누어 주며 사람을 모은다. 또는 의료기기 체험장을 차려놓고 일정기간 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보다 더욱 교묘하고 적극적인 관광 떳다방은 효도관광을 빙자하여 노인들의 등을 친다.

대개 무료한 노인들이 거저 나누어 주는 생필품에 혹하여 홍보관을 찾는데, 일주일쯤 공짜 선물과 간식, 즐거운 여흥까지 대접받다보면 미안해서라도 물건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지역에 떳다방 영업이 시작되면 과거에는 홍보관 개설을 알리는 광고물을 시내 전역에 배포 했으나 최근에는 모집책을 두고 조직적으로 회원으로 끌어 들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회원을 많이 모집하는 모집책은 물론 특별 우대를 받는다.

문제는 한번 이 곳에 발을 들여놓는 손님들은 좀처럼 이곳을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매출 경쟁을 붙이거나 고액 구매자 우대 등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띄운 다음 물건을 판매하는데, 순진한 주부나 노인들은 현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불필요한 상품을 구매하고 매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소일거리 없이 무료하기 짝이 없던 노인들은 아들딸보다 살갑게 손을 잡고 재롱을 부리며 노래를 불러주는 판매원들에게 위안과 활력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노인들은 심장을 강화시키는 특별 과자로 사기 포장된 1천 원짜리 건빵을 30만원에 사 주는 호기를 부린다. 피붙이보다 살뜰한 판매원 청년들이 친구 같고 연인 같았기 때문이란다. 어리석고 순진해서 당한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속아 준 노인들의 속내가 측은하면서도 답답하다.

떳다방 홍보관에 취미를 붙인 노인들에겐 불량식품 판매를 이유로 판매조직을 검거하는 경찰이 오히려 야속한 방해자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사기 피해자인 노인들이 외로운 자신들과 놀아주는 좋은 사람을 왜 잡아가냐며 피의자를 감싸고 드는 희한한 상황에 경찰은 황당해하고 있다.

"떳다방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기보다는 피의자들로부터 받은 서비스를 보상한다는 개념으로 물건을 산다"는 노인복지 전문가의 의견이 마음을 잡는다. 분석대로라면 노인들은 떳다방을 일종의 유흥업소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기분을 맞춰준 판매원을 유흥접대원쯤으로 여기며 팁을 뿌리듯 호기롭게 불량상품을 구입했다는 것이 아닌가.

어느 약사가 가짜 약을 잔뜩 사서 쟁여 놓은 노모에게 '아들이 약사인데 쓸데없이 이런 걸 왜 샀느냐' 했더니 노모가 아들에게 역정을 내더라는 말을 들었다.

"나랑 매일 놀아주는 기특한 젊은이가 파는 약이라 사줬다. 무심한 놈아."

가정의 달인 5월은 자녀들이 챙겨준 노인들의 용돈을 노리는 떳다방의 대목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이 용돈보다 자식과의 따뜻한 스킨십이라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힘들게 벌어 어렵게 드린 용돈을 떳다방에게 갖다 바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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