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충주 25.4℃
  • 맑음서산 21.4℃
  • 맑음청주 25.4℃
  • 맑음대전 25.8℃
  • 맑음추풍령 26.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맑음홍성(예) 23.7℃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고산 18.1℃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제천 23.9℃
  • 맑음보은 25.4℃
  • 맑음천안 24.9℃
  • 맑음보령 22.5℃
  • 맑음부여 24.9℃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6.05.30 14:33:39
  • 최종수정2017.02.26 15:19:55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조영남은 생활력이 강한 가수다. 대작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됐으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 주말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6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에 예정대로 참석해 자신의 분량을 소화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인터뷰 요청을 충격으로 말을 못한다고 거절했던 그의 공연은 실어증에 걸린 가수의 공연으로 또 한 번 대중의 비웃음을 샀다. 노래 중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였다고 하지만 보통사람으로선 흉내조차 내기 힘든 내공에 존경심을 느껴야하나 잠시 머리를 정리하게 된다.

관객 앞에 선 그는 "어른들이 화투를 하고 놀면 안 된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가지고 놀아 쫄딱 망했다"고 했다. 이쯤 되면 반성이 아닌 한탄이요, 원망이다.

조영남은 콘서트 마지막 곡으로 '모란동백'을 선택했다. 자신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른 모란동백은 조영남의 대표 히트곡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조영남은 '모란동백'이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만든 곡이라면서 특별한 의미와 애정을 표시하곤 했다.

특유의 재기 넘치는 화술로 "가수들이 죽으면 '가수장'을 하는데 고인의 히트곡을 후배들이 같이 부를 때 히트곡이 밝은 노래라서 낭패를 볼 때가 있었다고 설명해 웃음을 주었다. 울어야 할 장례식장에서 웃음이 터지는 괴로운 상황을 겪고 나서 자신을 생각하니 자칫 '구경 한 번 와 보세요'란 '화개장터'를 부르게 될 것 같아 '모란동백'을 만들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조영남이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곡으로 선전한 모란동백은 조영남이 만든 곡이 아니다. 원제가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인 이 시를 쓴 작가 이제하는 시인이며 소설가, 화가, 음악가인 이 시대 최고의 예술인이다. 1998년, 작가는 자신의 시에 직접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팔순임에도 청년 같은 이제하 작가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초야에 묻혀있는 분이다. 문학상조차 거부한 기인이지만 아무 곳에도 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부러움을 산다.

이제하씨에게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을 받은 조영남은 모란동백으로 제목을 바꿔 크게 인기를 얻었다. 참으로 운이 좋은 조영남이다.

그런데 노래가 국민가요로 사랑을 받게 되자 조영남은 슬그머니 자신이 만든 노래인양 모란동백을 포장했다.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특별히 고심하며 만들었다는 소설까지 곁들여서다. 이 정도라면 원작자가 환장하여 펄펄 뛸만한 허언임이 분명하지만 이제하 선생이 워낙 초연하신 분이라 별 말썽이 없이 넘어간 것 또한 대운이었다.

조영남은 인물검색에 가수, 화가로 소개되어 있다. 대놓고 자신을 가수와 화가를 합친 '화수'로 불러 달라 했던 사람이니 노래하는 화가로 폼 나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독창적 작품이라 선전한 화투그림이 진짜 화가의 손을 빌린 대작으로 밝혀져 망신살이 뻗쳐 있지만, 유명 전업작가보다 더 비싸게 그림을 팔아먹은 그의 꼼수는 배우고 싶은 능력이다.

게다가 현대미술은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더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일부 오피니언 리더의 응원 덕에 조영남은 영광스럽게도 앤디 워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그가 부른 이제하의 모란동백 노랫말처럼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조영남을 기억할 가치가 있을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