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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중 교장

스스럼없이 교장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다. 체육 수업을 마치고 목이 마르다며 찾아오는 학생도 있고, 열심히 준비해서 무슨 무슨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으니 응원을 부탁하기도 한다. 얼룩을 닦기 위해 물티슈를 얻어간 학생은 보답으로 직접 만든 과자를 건네주기도 한다.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 모습은 알지 못한 채 초롱하게 빛나는 눈만 마주하게 되는데, 사실 걱정은 그래서 생겨난다. 한 번은 진로에 고민이 있다면서 친구 한 명과 함께 찾아온 학생이 어딘지 낯이 익은 듯하여 친숙함의 표시로 너 이름이 ○○이지? 라고 물었다가 아니라고 하는 바람에 잠시 머쓱해졌던 일도 있었다. 다행히 그 학생이 자신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알려주어 웃고 넘어가기는 했어도, 찾아오는 학생들의 특징을 이름과 연결지어 기억하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다.

쉬는 시간 교실 앞 복도에서 마주친 어떤 학생은 일부러 다가와 인사를 한 다음 굳이 자기의 이름을 알려주기도 한다. 꼭 기억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경험상 이런 학생은 다음에 마주쳤을 때 반드시 자기 이름을 기억하는지 확인을 할 것이므로 신경을 더 쓰지 않을 수 없다. 책상에는 그렇게 해서 기억하기 위해 포스트잇에 적어놓은 이름이 여럿이다. 선생님이 나이가 들다 보니 기억력이 부친다는 변명은 별 효력이 없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선생님들이 알아주고 기억해주기를 희망한다. 담임선생님과 교과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교장도 예외는 아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름을 기억해준다는 것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생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개인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이름 알아주기는 그 출발점인 셈이다.

집단이면서 동시에 개인인 학생들을 대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향한 시선이 열려있어야 한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학교 전체 규모의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집단으로서의 학생이지만, 교장실에 필요한 것을 구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려 찾아오는 학생들은 개인으로서의 학생이다. 학급이나 학년 전체로서의 학생들은 그룹이지만 각자 놓여있는 여건이나 장래 목표 등으로 접근하면 각각 하나하나의 개별적 존재들이다. 공유해야 할 가치를 교육할 대상으로서는 집단이되 복도에서 마주쳐 인사를 나누는 대목에서는 개인인 것이다.

근래의 추세를 살피건대 학생들은 점차 집단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개인으로 인정받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어느 학교 학생인지 몇 학년이며 담임선생님이 누구인 몇 반인지가 여전히 중요하기는 해도, 더 이상 그것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신하려 하지는 않는다.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자보다 후자를 더 중요하게 인정하곤 한다. 따라서 붙박이처럼 고정된 시선으로 학생들을 대하기보다 유연하게 넘나들 수 있는 시선의 위치가 요구되는 것이다. 학생들을 집단으로 바라보면서도 또한 동시에 개인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체 학생들로서의 추상적 접근과 개별적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살핌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학생들을 집단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들 사이의 특징이라든가 서로 다른 모습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집단적 질서에서 벗어나는 학생들만 가끔씩 바로잡아야 할 장면으로 목격되곤 한다. 그러나 학생들을 각각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모습 대신 집단성의 반복되는 대동소이함으로만 대하게 된다면 학생들이 보여주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학생 수가 감소하는 추세만큼 각각의 학생들이 개인으로서의 자신에게 신경을 써 달라는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름을 잘 기억해야 하는데, 한편으론 정말 기억력의 한계인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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