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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감

생활교육이 어려운 시대이다. 학교생활에 관해 선생님과 학생들이 공유하던 가치의 범위는 좁아지거나 모호해지고 있으며 학생들의 권리의식은 강화되며 민감해지고 있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던 교단은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이미 사라졌다. 선생님들은 학생 참여수업과 과정중심 평가, 상담과 학교생활기록부의 개별화된 기록 및 줄어들지 않는 교무업무로 바빠지는 한편으로, 계속해서 평평해져 가는 학생들과의 관계 맺음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경계와 영역이 모호해질수록 관련업무 매뉴얼이 동원되는 빈도가 늘어나듯, 같은 맥락으로 학교 교칙이 생활교육의 방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문제는 학칙에 생활교육의 수많은 내용을 담아놓거나 기준을 세세하게 설정해 놓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는 매뉴얼로 일일이 정해놓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도 하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칙을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그것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도 어렵다. 존경이라는 아우라가 힘을 발휘하던 시대가 지나고, 그것을 규칙이라는 문서로 대신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낯설다.

때로는 선생님들이 자신의 생활교육 기준을 완화하거나 변경하기도 한다. 교육현실의 변화에 자신의 눈높이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해의 폭을 넓히고 수용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의미가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흐름 속에서 생활교육은 학생부장이나 학생부 선생님들의 담당 업무로 축소되거나 혹은 기피 업무로 간주되기도 한다. 담당 업무가 아닐 경우 굳이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 영역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기준 완화의 정도와 범위가 선생님마다 서로 달라 기준적용에서 차이가 생겨나기도 하며, 아예 기준없음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어떤 학생들은 왜 선생님마다 기준이 다른지 따져 묻기도 한다. 자신이 일종의 손해를 보았다고 여길 때 더욱 그렇다.

많은 수의 학생들은 여전히 바람직하고 낙관적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수의 학생들이 생활교육에 투입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비하게 만든다. '많은 수'의 학생과 '소수'의 학생을 가르는 구분은 희미하거나 무의미하다. 언제든 새로운 학생이 소수 학생 그룹으로 편입될 수 있으며 실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모범적이거나 평범한 모습으로 학업에 열중하다가도 느닷없이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내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보여주는 문제적 장면들은 제각각이고, 원인도 학교 담벼락과 무관한 것들이 많다.

그렇다고 생활교육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인성교육이니 질서교육, 가치교육이라고 명명하기 전에 생활교육 자체가 교육의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생활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교에서 해야 하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종류의 교육활동이 제한을 받는다. 교과학습은 물론이고 학생 성장과 진로를 위한 숱한 프로그램들의 알맹이가 여물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학교는 생활교육을 통해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해 가는 학생들을 보호할 책임도 있다.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교육의 가치를 유지하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키워가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야말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직접 확인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생활하는 것이 학생 자신의 현재와 미래는 물론이고 공동체와 같은 더 많은 것들의 가치와 가능성을 높이는 소중한 길임을 확신하게 해 주어야 한다.

당위성에 비해 생활교육의 현재는 걷기 힘든 너덜지대를 만난 것과 같다. 변화의 시대이니 누구도 종착점이 어디인지,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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