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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학년 말, 학교는 한 해의 교육 활동을 정리하며 평가하고 기록하고 새 학년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시기를 보낸다. 그런 분주함 속에서 방학식을 치렀다. 일종의 마침표인 셈이다. 물론 마침표 다음에는 곧바로 새로운 내용을 채워가야 할 빈 페이지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방학식을 마치고 나면 바투 매었던 넥타이를 풀듯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슨하게 놓아두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차를 한 잔 내려 잠시의 여유를 누리는 중에 교장실에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 학생이 있었다. 들어와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손에 들고 온 무엇인가를 건넨다. 의아해하는 나의 표정을 뒤로 하고 학생은 새해 인사와 함께 어느 새 교장실을 나선다.

또박또박 손글씨로 쓴 편지였다. 방학 며칠 전에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교장실에 들어와서는 기말고사가 끝난 뒤부터 연습했다는 군무를 경쾌한 음악에 맞춰 선보이기도 했다. 관객은 나 혼자였고 짧은 공연이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마음은 저절로 흐뭇해졌다. 스스럼없이 교장실에 찾아와 공연을 하는 모습에서 유쾌하고 격의 없는 학생들의 문화가 읽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성을 기울인 또 다른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편지를 건네고 간 학생은 심화독서토론에 참여한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지난해 9월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학교장이 진행하는 심화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너무나 상식적인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책을 매개로 하여 학생들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선택한 책을 주제로 진행되는 독서토론을 위해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책을 읽고, 활동지를 만들어 참여했다. 준비가 잘 된 만큼 대화의 수준은 기대보다 높았고 모두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토론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자체로 흡족하지 않을 수 없었고 프로그램을 만든 목적은 이미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뜻밖의 멋진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단지 편지를 한 통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이런 글을 쓰기에는 부족할 듯하여 편지 글의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제 한계를 뚫고 바르게 성장해 큰 세상으로 나가 리더가 되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면, 저는 더 노력하고 싶어졌습니다.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고여있는 사람이 아닌, 앞을 보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물론 학생이 한두 번의 토론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다. 학생들이 보여주는 성장의 보다 중요한 바탕에는 우리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헌신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편지를 읽고는 곧바로 해당 학생의 학년부장선생님에게 편지를 보여주고 좋은 선물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걸로 부족한 듯하여 학년부 교무실로 찾아가 선생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 학년을 마무리하면서 받게 된 작지만 소중한 한 통의 편지가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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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