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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중 교장

어떤 사람이 가진 기준은 그가 살아온 삶의 내력과 고민의 무게로 구성된다. 이제껏 겪으며 심사숙고하고 상처받거나 힘겨워했던 시간들이 지금 그가 딛고 있는 기준의 발판이다. 발판은 경험이 늘어나고, 생각이 무거울수록 두꺼워진다. 많은 경우 더욱 단단해진다. 삶을 거쳐오며 만나는 다양한 장면들에 반응하고, 문제들에 대응하고자 동원해온 고민이며 방법들이 쌓이고 다져지기 때문이다.

기준을 단단히 세우는 일은 많은 이들의 지향이기도 하다. 안개 지대에 놓인 것처럼 위치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황은 불안하고 답답하다.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되면 정글도를 휘두르며 빼곡한 숲을 헤쳐 나가듯 길을 분간하거나 만들기가 그래도 수월하다.

기준의 단단함과 선명함은 그러나 양날의 칼이다. 주관이 뚜렷하다라는 표현을 뒤집으면 고집이 세다가 되듯이, 생각과 판단의 방향이 명확하고 실행의 일관성을 확보하게 되는 이면에는 새로움과 다름에 대한 받아들임의 폭이 인색해지는 한계가 있다. 기준이 선명할수록 판단과 결정에서 일도양단의 시원함은 있을지라도, 오류나 역풍의 가능성 또한 늘어나는 것도 피하기 어렵다. 튼튼하고 높은 울타리로 영역과 경계를 분명히 구분하는 대신 자기 영역 안으로 포획되는 답답함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것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많은 경우 기준을 뚜렷하고 확고하게 세우고자 노력하며 그것을 계속 유지하려 애쓴다. 기준 수립에 투입된 그동안의 시간과 비용에 대한 아쉬움 만은 아니다. 노력과 경력 속에 담기기 마련인 기준의 아우라에 익숙해졌다는 식의 설명도 불충분하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기준이 지나온 시간의 누적물인 만큼 자신의 생각과 인식의 토대가 되어왔다는 점이며, 현재 삶에 닥치는 갖가지 사건과 현상을 일관되이 분별하는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라는 대로 미래가 현재와 별 차이 없이 진행된다면 추가적인 투입 없이도 기존의 기준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잇점도 가볍지 않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변화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내용물이 어떠하든, 그것이 현재라든가 미래를 무조건 보장하지는 못한다. 오래도록 다져놓은 기준이라 해도 변화의 흐름을 막아서거나 거스르지 못한다. 단단히 다져온 기준을 계속 손에 쥐고 활용하려는 희망은 변화하는 현실과 별개다. 나이듦이라는 문제를 회피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순탄한 삶을 보내왔다 할지라도 장차 살아갈 시간 역시 그럴 것이라 확신할 수 없으며, 관계를 맺는 수많은 존재들과 삶의 변화를 막을 방법 역시 없다.

현시대의 변화 폭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만드는 장면들은 부지기수다. 문화의 패러다임이 새로운 것으로 빠르게 교체되는가 하면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도 사회적 풍향에 따라 바뀐다. 국제질서는 각 국가의 이해득실에 따라 어제와 오늘이 달라지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야단스런 기술 개발 정보와 상품 출시 소식에 관심이 가는가 싶었는데 오늘은 벌써 잊혀가고 있다. 익숙했던 방법이나 습관이 보이지 않는 목소리에 의해 쉽사리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낯섦에 적응해 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기준은 두껍고 단단해질 수 있겠지만 유연해야 한다. 단단함과 유연함을 놓고 경중을 따진다면 유연해지는 쪽으로 향해야 한다.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서는 그렇다. 기준의 두꺼움과 단단함을 일관성과 강직함이라는 수식어로 위로한다고 해도 그것을 적용할 대상이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져갈 뿐이라면 무슨 의미와 쓸모를 가질 것인가. 개인의 의지와 별개로 점점 가속도가 붙는 변화 속에서 기준의 무게에 눌려 멈춰 있는 모습이 삶의 영역을 넓혀가는 방법이라 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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