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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가을에는 학교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중간고사를 치른 후 1, 2학년부에서는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되 학생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날을 마련하였다. 지속가능발전을 주제로 학급별로 세부 분야를 정해 전시 및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한편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 책을 소개하고 직접 강사가 되어 짧은 특강을 진행하는 독서콘서트도 함께 진행하였다. 평소 환경교육과 더불어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있던 터라 학생들의 독서 연계 활동에 더욱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당일 둘러보니 학생들의 인생 책은 참여자가 많은 만큼 그야말로 다양했다. 고전이 된 '침묵의 봄'은 다수의 학생이 인생 책으로 내걸었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올해에 나온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등의 환경 이슈를 다룬 책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평균의 종말', '공정하다는 착각',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은 이즈음 시대의 교양도서를 비롯하여 '장 자크 루소'의 저작은 물론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와 '코스모스' 등 독서 방향이 명확한 책들도 눈에 들어왔다. 전시물이 가장 많은 분야는 소설이었다. 청소년 소설, 많은 베스트셀러 목록 가운데 요즘 학생들이 접하기 쉽지 않을 듯한 '죄와 벌', '칼의 노래'가 포함되어 있어 반가웠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두세 달 전에 나에게도 나의 인생 책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자료를 요구하여 책을 고르느라 시간을 들였던 일이 있었다. 타이틀이 '인생 책'이니만큼 우선 그 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별다른 생각 없이 쓰다가 정작 그 말의 뜻이 무엇일까 궁리할라치면 의외로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인생 책도 그 목록에 포함되기에 충분했다.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대화에 자주 인용을 하거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구절을 제공한 책,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전환하게 하고 삶의 방향에 영향을 끼친 책, 상식을 깨뜨리는 새로운 정보와 사상이 들어있는 책, 일정한 상황이나 비슷한 계기마다 반복하여 떠오르는 책이 해당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기준을 정했음에도 책을 고르기가 간단하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목록이 제법 길어졌고 그중에서 하나를 뽑아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의 관심과 눈높이를 우선하여 한 권을 골라내기는 했다.

생각해 보면 인생 책은 단 권의 책으로 제한하기 어렵다. 사실 여러 권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 가야 타당하다. 독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두 권으로 그친다면 오히려 곤란한 일이다. 삶의 속도와 변화의 정도가 빨라지는 시대이니만큼 학생들이 장차 겪게 될 삶의 장면에서 그 다양성과 새로움이 클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잖게 할 수 있다. 삶과 삶의 환경에서 고정성보다는 유동성이 더욱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그 다양한 삶의 장면에 따라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책들 또한 다양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든든한 위안과 실제적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번 인생 책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생 책 목록을 만들어 가기를 희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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