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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중 교장

3월에 만나는 학생들과 12월에 만나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르다. 같은 이름의 같은 학생이지만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적잖이 변화하며 성장했음을 확인하곤 한다. 키도 자랐고 표정도 좀 더 진지해진다. 말투라든가 행동도 몇 개월 전의 그 학생들이 아니다.

이른 봄부터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현관 앞에 나와 배드민턴을 치는 학생들이 있었다. 꾸준하게 활동을 지속하는 모습이 기특하여 격려도 해주며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학년 초 어느 시기까지는 대부분 서툴러서 셔틀콕을 주고받는 흐름이 쉽게 끊기고 그럴 때마다 떠들썩하게 실수를 거듭하는 상대방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옆에서 지켜보는 내게 뭐라뭐라 서로 이르기도 하는 모습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바람이 심한 날은 벽으로 가려진 다목적실 아래로 옮겨가며 몰두하더니 어느 때부턴가 모두들 매우 능숙하게, 실수도 별로 하지 않고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런데 가을 중반 무렵 일부러 살펴봐도 활동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등굣길에 그 학생들을 불러 물어보니 관심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 있었다. 이젠 학년도 올라갈 테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커져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에 제법 의젓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독서토론을 하며 만났던 학생들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매 학기마다 희망하는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심화독서토론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독서에 관심이 많아 신청을 했다고 해도 토론활동 초기부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교장선생님과의 활동이라 부담도 있겠지만 토론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가 보다 커 보였다. 그래서인지 시작 단계에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망설이는 바람에 발언 순서를 지정해 주곤 했다. 하지만 학기말에 접어들수록 계획한 시간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그만큼 발언 신청이 늘어나고, 의견을 펼치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동안 교과 학습 시간에 여러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통해 토론활동을 벌이고 발표를 하며 내공을 쌓은 결과다. 당연히 발표하는 내용도 읽은 책에 대한 단순하고 표면적인 수준에서 점차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욕심 같아서는 모든 학생들이 다 그렇게 지향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하게 담임선생님의 속을 끓이는 학생도 있고, 등교맞이하는 선생님들의 인사를 본 척 만척하며 교실로 들어가는 학생 몇 명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접근할 일 또한 아니다. 이른 봄 같은 날 같은 밭에 심은 어린 묘목들도 가을 즈음에 살펴보면 성장의 속도가 제각각 다름을 보게 된다. 키가 좀 더 큰 나무가 있는가 하면 가지를 보다 무성하게 뻗은 나무도 있다. 한편으론 심겨진 곳의 토양이 척박했는지 주변의 잡초들이 한층 무성해서 그런지 다른 쪽 나무보다 가늘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거름을 골고루 뿌렸을지라도 차이는 나기 마련인 듯하다. 그렇다고 어린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가며 성장하려는 의지 자체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학년 말, 눈에 띄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즐거움은 보람과 더불어 그들의 장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물론 아직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을 향한 균형도 함께 유지해야 한다는 점 역시 알고 있다. 사실 한 학기 혹은 한 해의 모습만으로 그들의 삶의 시간들이 어떠하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아닌 듯한 학생들도 장차 무성해지리라는 기대와 전망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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