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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감

이전 학교에 근무할 때의 경험이다. 학교규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혹은 가벼이 여기는 학생, 선생님의 지도에 예의를 갖추지 않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지도 자체를 거부하는 학생, 그러한 태도마저 거리낌이 없는 학생들이 있었다. 매우 소수의 학생이지만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어떤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여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침마다 교복이나 생활복 등 교칙과 아무 상관없는 편안한 복장으로 등교하는 학생이 그 중 하나였다. 수면바지를 입고 등교할 때도 있었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간혹 친구들과 작은 갈등을 일으키기는 했어도 그는 다른 학생들처럼 평범한 모습이었고, 등교맞이를 하는 선생님들과 인사를 주고받곤 했었다. 삼학년이 되면서 그렇게 변했다. 대입 준비에 스트레스가 많아져서 그런가 싶지만 다른 학생들보다 유독 유난을 떠는 모습이었다. 그 학생과 이야기를 하면 늘 보이는 반응이 삼학년인데 뭐 어떠냐는 식이다. 또 삼학년이니까 수능 공부를 해야 하므로 사소한 일 때문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그냥 놔두면 좋겠다고 요구까지 한다. 고삼이라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학생의 경우 최소한 자신의 타당하지 못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 스스로 확인하게 하고, 그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조치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의 교칙을 무시하는 태도가 장차 사회인이 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발현될는지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교칙을 가볍게 여기는 그룹에 속하는 어떤 학생은 문제를 제기하는 선생님에게 오히려 언성을 높인다. 왜 문제를 삼느냐, 왜 자기만 가지고 그러느냐, 자신은 억울하다 라든가, 오늘은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둘러대곤 한다. 심지어 지도하는 선생님에게 반말을 지껄이거나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외적이기는 해도 이런 학생을 대할 때 선생님은 불편함을 넘어 상처를 입는다. 끝까지 너그러운 태도로 웃음을 지으며 학생에게 약속을 제시하고, 학생이 그것을 지키리라 기대했던 선생님은 더욱 그렇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와 같은 학생들의 태도는 바로잡아져야 한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고쳐져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가 가지고 있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거의 최후 수단인 교칙에 의한 징계가 의도한 만큼의 교육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선생님들은 충분한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론으로는 수긍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얼마나 두꺼운지도 모르는 자욱한 안개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심정이 된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생활과 공부에 성실하고, 선생님들에게 예의를 갖추며 배움을 수용한다. 그럼으로써 성장한다. 그 학생들을 대하는 일, 그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즐거움이다. 그들이 웃음을 짓게 만든다. 학교를 활기로 채우며 선생님들에게 보람을 제공한다. 학교와 교육의 가능성은 그런 학생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그들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더욱 희망적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성실하고 예의바르며 배움에 충실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서 이야기한 소수의 학생들처럼, 양상과 정도는 다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존재한다. 학생들의 다양성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다양성이라는 용어로 문제가 되는,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들을 모두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선생님들은 교육의 필요성이 가능성과 긴밀하게 연결되기를 소망하지만, 때에 따라 필요성은 가능성과 별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능성이 흐릿하거나 막막하다고 해서 필요성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그것이 교육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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