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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다시 새해다. 몇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신년맞이 루틴이 이번에도 변함없이 진행 중이다. 먼저 하는 일은 지난해 이맘때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메모를 해 두는 습관은 이런 때 유용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메모지에 적힌 내용은 늘 그래왔듯이 역시 마음을 뜨끔하게 만드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전히 가능성으로 또는 실행에 대한 책임의 무게로 또박또박 적혀 있다. 변함이 별로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전히 개인적인 부분일수록 그렇다는 점이다. 나로부터 점점 외부로 영역을 확장하면 조금씩이기는 하되, 완료의 체크 표시를 할 수 있는 것들이 간간이나마 나온다.

그중 하나로 지난해 눈에 띄는 작업은 가훈 만들기였다. 가훈을 만드는 일에야 적정한 시기는 없다지만, 가족을 위해 그동안 하지 못한 일에 비로소 정성을 기울였다는 점에서는 늦었으되 나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책정한 상금을 걸고 가족 공모를 해서 가훈의 내용을 정했다. 그 글귀들을 어떻게 걸어놓을까 궁리한 끝에 내가 직접 조각도를 들고 두툼한 나무에 글짜를 새겨넣기로 하고, 한 달여간 작업을 했다. 처음으로 한 솜씨라 전문가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색을 입히고 왁스칠을 해서 거실 한가운데 걸어놓으니 그럴듯해 보여 다행스러웠다. 중요한 것은 가족을 위한 정성을 해바뀜과 상관없이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좀 더 젊었을 때 업무라든가 등등에 몰두하느라 소홀했던 반성을 일회성으로 그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나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혹은 드러나지 않더라도 지속해서 정성을 기울여야 하고, 그러한 구체적인 무엇을 찾거나 만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학교의 새 학년 준비는 신경 써야 할 횟수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만큼 최대한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구성원들의 정해진 역할과 업무에 따라, 올해에도 나는 학교장 브리핑을 충실하게 해야 하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함께 수립해 놓은 우리학교 교육의 방향과 가치를 점검하고, 다양하게 들어왔던 의견들을 정리하여 긍정적인 사항을 공유하며, 변화와 더 좋은 학교의 모습에 대하여 강조할 내용들을 마련 중이다.

그 다음 남은 것은, 벌써 몇 년째 궁리 중인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저 궁리만 하고 있을 뿐인 퇴직 이후의 시간들에 대한 내용들이다. 손에 잡히지 않고 막연할 뿐이지만 이제는 좀 더 본격적으로, 무게 있게 살펴보고 접근해야 함을 다시금 생각한다. 돌아보며 준비에 몰두하는 새해 시작 즈음이니 이 문제는 더욱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일 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달라진 점은 준비에 할애할 시간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사실 뿐이다. 살펴보면 책을 읽고 정리한 페이지와 써온 글의 분량이 늘어난 만큼의 진전은 인정할만 하지만, 그것 자체로 구체적인 무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내용, 먹고사는 일을 비롯하여 시간을 채울 내용과 질적인 만족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함하여 보다 긴 관점으로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작업까지 모두 이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준비 목록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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