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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장

코로나로 인해 학교행사가 많이 축소되었거니와, 입학식과 같은 중요한 만남도 부득이 대면이 아닌 방송으로 하고는 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교장실은 항상 열려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학생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직접 듣고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어서이다. 반복되는 안내가 효과가 있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혹은 한 둘이서 교장실 문을 두드리곤 한다.

학생들이 찾아오는 시간은 주로 점심시간이다. 쉬는 시간보다 여유가 많아서이다. 학생들이 오면 교장실에 준비해 둔 핫초코라든가 율무차 대추차 등을 대접한다. 율무차는 아무래도 어른들이 좋아할 듯한데 교장선생님이 직접 타 줘서 그런지 몰라도 그게 더 좋다는 학생도 있다. 쇼파에 앉아 차를 홀짝거리며 대화가 시작된다. 방학은 어떻게 보냈니? 학원 다니고 폰으로 영상도 보고 공부도 했어요. ○○이는 주식도 시작했대요. 틱×, 유××에 올라온 영상도 보고, 직접 올리는 게 재미있어요. 코로나로 맘대로 나가지도 못할텐데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냈구나. 저는 □□가 꿈이거든요, 그래서 관련 책을 많이 보고 있어요. 쟤는 요새 과학에 꽂혔대요. 요즘 학교 생활은 어때? 라고 물으면, 친구 누구누구가 어떻게 재미있고, 학교급식이 맛이 좋아서 어떨 때에는 두 번을 먹기도 한다는 등 재잘재잘 학생들의 이야기는 스스럼이 없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수업 예비종이 울리면 학생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일어선다.

몇 번 차를 마시면서 익숙해진 학생 중에는 혼자서 조용히 찾아오는 학생도 있다. 고민이 있어서이다. 학급 실장으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자 하는데 그게 잘 안돼서 속이 상한다, 담임선생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도 된다, 실장을 할만한 능력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등 이야기 내용이 솔직하고 진지하다. 두려워도 회피하지 말고 담임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과 더 많이 의견을 나누며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살펴보면 너를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교장샘도 그중 하나다. 얼마 뒤에 그 학생이 편지를 살짝 전해주고 간다.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성장하였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두셋이 찾아오는 경우엔 부탁할 것이 있어서다. 동아리를 만드는 데 우리 동아리 지도선생님을 해 주세요. 새로 편성된 반에 친한 친구들이 없어요, 학급을 바꿔 주세요. 글쎄, 이런 경우에는 답변이 어렵다. 교실 무엇무엇이 불편해요라는 요구에는 가능한 즉각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한다. 학생자치회 임원들은 제법 무게 있게 자신들의 요구를 제시한다. 코로나로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활동을 못하게 되니 아쉽다고 하며 차선책으로 자신들이 궁리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한다. 여러 제약 조건들이 있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해주면 학생들은 얼굴이 환해져 돌아간다. 그렇게 학생자치회에서 기획하여 제안하고 실행한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높다.

부탁을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것이 즐겁고 보람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주변 친구들이며 후배들과 부모님께도 학교 자랑을 많이많이 해 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면 이구동성으로 당연하죠라고 답하면서 자신들이 어떻게 학교 홍보를 하고 있는지 한참 동안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교장실에 거리낌 없이 드나드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혹시 버릇없이 굴까 싶어 염려를 하는 선생님도 있다. 그러나 학창 시절에 교장실을 멀게만 느꼈던 선생님들의 시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어려워하는 학생도 있지만 교장실 출입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소통의 통로는 넓을수록 좋다는 생각이고, 그럴수록 대화 내용은 풍성해질 것이므로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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