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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감

사실 학교는 변화에 민감하다고 보기 어렵다. 학교는 사회경제적 변동으로부터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분야에 속해 있는 만큼 안정적 조직이라는 의미이다. 학생들은 법령에 정해진 대로, 국가와 행정기관의 매뉴얼에 따라 해마다 꾸준히 학교에 입학한다. 외형적으로 그들은 학교에 등교하는 반복되는 일상에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으며 학부모들 역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선생님들은 교직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기는 했어도 사회적 외풍에 별다른 신분상의 흔들림 없이 학생을 지도한다.

학교가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다른 이유는 학교 교육이 학생들의 미래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 미래는 확정된 형태가 아니라 가변적 가능성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 3년 동안 열심히 학생들을 교육한다고 해도 목표를 달성한 정도와 계획을 철저하게 이행한 수준은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에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지정되지 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것도 객관적 지표에 의해서가 아닌 연관성의 수준에서 짐작하게 될 뿐이다. 교육 결과물이 그러한 미래의 가변적 가능성에 위치하는 이상 변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교육의 결과가 단기적으로 즉각 나타나며 개별적 성과로 표현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것은 중장기적이고 비가시적이며 집단적이다.

안정적인 조직은 일반적으로 변화의 이유를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 경향이 강하다. 변화 즉 새로움은 익숙한 상태로부터의 이탈이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방법을 받아들이는 수고의 과정으로 여겨진다. 변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가외의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학교 조직은 대체로 수평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위계적인 조직처럼 일사분란이라는 개념이 자리할 여지도 거의 없다. 결과 뿐만 아니라 변화의 동기에서도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처해있는 상황은 다르다. 우선 눈에 띄게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수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교육 방법론이 달라져야 한다.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정보화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의 역량이 바뀌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급 교육기관들은 전문 연구기관들과 손잡고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는 새로운 교육정책을 생산해 학교에 보급하며,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변화를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과학기술 발달과 이제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은 양상은 달라도 근본적으로 학교 교육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 강도를 더하고 있다.

지식 전달 영역에서도 변화에 의한 침식이 본격화되고 있다. 도처에 지식과 정보가 널려 있고 그에 대한 접근성은 갈수록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기존 지식의 수명을 떨어뜨리는 새로운 지식의 생산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알려준 지식과 정보를 인터넷의 자료와 손쉽게 비교하고 때로는 선생님의 설명이나 교육자료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학생들 또한 더 이상 어제의 그 학생들이 아니다. 그들의 성향이나 특징은 해마다 변화한다. 선생님의 권위를 가벼이 튕겨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선생님들과 대등한 자리에 위치하고자 시도한다.

결국 학교는 좋든 싫든 변화라는 패러다임에서 비껴설 수 없다. 동력 확보의 한계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오히려 학교의 존재 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변화는 필수가 됐다. 왜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핵심에 두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변화의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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