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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고등학교 교감

'학생들에게 학생다움을 강조하지 말아주세요.'

학년말, 교육활동 평가와 관련하여 학교에 전해진 학부모의 의견이다. 학생다움이란 무엇일까. 익숙한 어휘지만, 좀 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다움'이라는 말은 사용 가능한 것인가. 거부반응이 타당한 '다움'도 있다. 남자다움 여자다움 등이 그것이다. 성역할을 구분지음으로써 억압과 불평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정적 사례에 의해 '다움'의 일반적인 사용도 피해야 하는 것일까.

'다움'이라는 용어는 어른+다움, 선생님+다움, 박사+다움 등 그 앞에 붙는 단어에 해당하는 프레임을 만든다. 프레임은 '다움' 앞에 놓이는 단어의 일반적인 뜻, 국어사전에 정의되는 뜻으로 채워진다. 가령 '선생님다움'의 프레임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또는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이라는 뜻에 '다움'이 붙음으로써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경험이 많거나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제 역할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생성한다.

프레임은 일종의 압박으로 인식되거나 평가의 틀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교 선생님에게 '선생님다움'의 용언 격인 '선생님답다'라고 할 때, 그 속에는 평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사용 장면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선생님들은 그런 말을 들을 때 선생님다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움'에 의해 형성되는 프레임이 압력이나 평가의 의미를 가진다고 해서 그것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야 할까.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은 우리 사회에서 성역할에 의한 구분과 경계가 사라지는 현실을 반영하여, 그런 프레임으로 인한 압박이나 평가가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동의한다. 그러나 다른 '다움'들도 포괄적으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의 '선생님다움'의 경우 직업이나 사회적 역할로서의 선생님이라는 의미 경계가 넓어지기는 했어도 희미해지지는 않았다. '어른다움'의 경우에도 그 의미 경계는 시간이 흘러도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 '학생다움'의 학생도 학교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의미는 명확하다. 즉 소수의 부정적 사례를 제외한다면 '다움'들이 압력이나 평가의 기능을 한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렵다.

누구라도 압박을 받으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자원해서 받는 평가를 포함하여 모든 평가는 거북한 손님이나 다름없다. 평가하는 사람과 평가받는 사람의 관계는 대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원하지 않는 압박이나 평가를 받는 일은 거부하거나 회피할 상황들이다. 그 압박과 평가가 부당한 것일수록 당당히 거부하고 맞서라고 가르치고 싶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소중한 압박과 의미 있는 평가도 존재한다. 오히려 필요한 압력이나 평가는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무조건 벗어나고자 할 때, 자신의 책임이나 역할은 물론이고 많은 관계들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학생들에게 학생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학교와 선생님에게 주어진 책임이고 역할이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배움을 강조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 존재 의미를 의심받게 된다. 선생님들이 선생님다움의 압박이나 평가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학생들도 학생다움에 대한 압력이나 평가로부터 이탈할 수 없다. 모든 학생들이 학생다움을 거론하지 않아도 스스로 바람직하게 선택하고 행동하며 책임의식도 갖는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성인이 어른다움을 유지하지 못하면 비난을 받고 조직의 리더가 리더다움을 지키지 못할 때 맹렬한 비판을 면치 못하듯, '다움'을 가져야 한다고 기대되는 수많은 역할들은 그에 따른 프레임의 압력이나 평가를 감내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떨칠 수 없는 삶의 속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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