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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중 교장

빠르게 변화하는 학교교육 현실에 비해 그동안 선생님들을 보호할 울타리는 변변한 게 없었다.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불행한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였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정당한 교육 활동을 위해 법 개정을 외친 선생님들의 요구는 절실하고 타당한 것이었다. 교권회복 관련 법이 개정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접할 일이 별로 없는 법령의 문구나 개념들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주요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교원지위법 등 교권 4법 세부 조항의 개정이나 시행 시기 차이는 조금씩 있다고 해도 선생님들의 학생 생활지도 조항이 신설되고,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보호자의 존중 의무가 규정되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청으로 이관되는 등 교육감의 역할을 분명히 했으며, 민원 처리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학교장의 책임이 명시되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살펴보다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초중등교육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른 교육부의 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였다. 고시에는 학업, 진로, 안전, 인성 등 학생생활과 관련되는 분야에 대한 지도 방법으로 조언이나 상담, 주의, 훈육과 훈계, 보상 등 여러 방법이 용어의 의미부터 낱낱이 제시되어 있는 가운데, 훈육에 해당하는 항목 중 '분리'에 관해서는 그 장소, 시간, 학습지원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을 학칙이나 학교장의 결정에 위임해 놓고 있었다.

수업 혹은 수업 외 시간에 학생을 교실 밖 특정 장소로 분리하거나, 학생으로부터 특정 물품을 분리 조치할 경우 어디로, 얼마나, 어떻게 분리할지를 학칙에, 학칙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한시적일지라도 학교장의 결정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다. 학칙 개정 기한을 10월 말까지로 정했다가 다시 12월 말까지로 늦춘다는 공문이 왔으니 약 석 달 가량은 분리의 세부 방법에 대하여 학교장이 사전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고심한다고 해서 해결책이 쉽사리 손에 잡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리 조치를 취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지만,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를 위해 준비할 것은 해 놓아야 된다.

확인을 위해 우리 학교의 학칙 규정집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교육부 고시에 언급된 지도 방법 어느 것도 기존 학칙이나 학생생활규정에 들어 있지 않았다. 교육청에서는 학칙 개정을 위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겠다고 했지만, 교육부 고시에 나와 있는 여러 방침을 새로이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규정을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경계를 설정한다는 의미다. 경계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경계가 새로이 만들어지게 되면 그 경계는 의도와 상관없이 양면성을 갖게 된다. 규정을 만듦으로써 행위나 판단의 명확성을 얻는 대신, 경계의 안쪽과 바깥쪽을 선을 그어 구분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경계 바깥으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조건, 경계 안쪽으로 묶이는 제한이 걸리게 된다. 경계 없음이 모호함을 안겨주지만 더불어 열려있는 유연함을 가능케 한다면, 경계 설정은 모호함을 제거하는 동시에 유연함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새로운 경계를 설정해야 하는 때임은 분명하다.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태도의 변화 등 학교 현장의 변화가 경계 설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학칙으로 위임된 분리 조치를 어떻게 취할 것인지는 물론이고 기존 학칙에 담겨있지 않은 여러 항목들에 대해서, 경계 설정의 위와 같은 양면성까지 떠올려가며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학교 공간이며 인력 배치 등을 살펴보면 가용 자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이 눈에 들어오고, 규정을 실제 적용할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선생님들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미룰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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