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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신기한 듯 무엇인가를 바라보며 만지기도 하면서 재잘거리고 있다. 자신들이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 키운 작물들이다. 종류도 많다. 방울토마토는 기본이고 상추, 고추, 바질에 고수, 당근과 고구마도 있다. 토마토는 벌써 몇 번이나 수확했고, 어떤 학급은 시험 끝나고 학교 그늘에 자리를 펴고서는 삼겹살과 함께 직접 가꾼 상추와 고추를 맛보기도 했다. 봄부터 학교 본관 뒤편에 희망하는 학급별로 작은 텃밭을 가꾸어오면서 만들어진 장면들이다.

사실 이름은 학교 텃밭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여느 텃밭처럼 일정한 면적에 맨흙이 가득하고 그럴듯한 이랑이 있는 모습은 아니다. 학교 부지가 넉넉지 않은 데다가 디딜 수 있는 땅의 거의 대부분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었거나 인터로킹으로 덮여 있다. 그러니 환경교육을 확대하는 일환으로 업무를 담당한 선생님이 의욕적으로 학급별 텃밭 가꾸기를 기획했을 때부터 한계는 명확했다. 하지만 궁리하면 통한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텃밭 가꾸기에 참여할 학급을 모집한 다음,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환경교육 예산을 디딤돌 삼아 작물을 가꿀 수 있는 크기의 커다란 화분을 넉넉하게 마련했다. 거기에 부엽토며 흙을 담고 거름을 넣었다. 원하는 작물의 모종이나 씨앗이며 모종삽 등의 도구들도 제공했다.

그렇게 마련한 텃밭을 가꾸는 학생들의 모습은 예상보다 진지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으레 자신들의 작물을 살피는 학생들이 있었다. 화분에 재미나는 이름을 지어 달아주고, 드디어 싹을 틔우거나 열매를 맺으면 재미있어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문 날이 이어질 때면 네것 내것 할 것 없이 전체 화분에 물을 뿌려주고, 무거운 화분을 몇몇이 들어 햇볕 좋은 자리로 옮겨주기도 했다. 자신들이 직접 참여를 희망하여 신청했고, 작물에 정성을 들이는 만큼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어찌 그렇지 않을까.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라든가 환경 생태 변화에 따른 환경 감수성 교육을 호명하지 않아도, 그렇게 열중하는 모습 자체로 넉넉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들의 관심과 참여 또한 학생들만큼 높았다. 학생들과 함께 흙을 만지고 지지대를 세워주며,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첫 수확이라며 자랑스럽게 함께 나누는 표정이 참으로 밝았다. 작물을 가꾼 경험이 많은 선생님은 학생들의 궁금증을 즉석에서 해결해 주었고, 어느 화분에 걸린 '가져가면 나눔입니다'라는 인상적인 글귀는 짐작하건대 텃밭 가꾸기에 참여하는 선생님의 지향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동안 가꾼 작물을 이리저리 수확한 터라, 구월의 텃밭은 한창때를 지난 듯하다. 이번 달 말쯤에는 고구마를 수확하게 된다. 화분 하나에 여린 모종 하나를 꽂아 넣었을 뿐인데 줄기와 잎이 제법 풍성하게 자랐다. 그걸 보자니 한켠으로 슬그머니 걱정이 생긴다. 맨흙에 두둑을 두툼하게 만들어 심어야 알뿌리가 풍성하니 굵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제한된 크기의 화분에 심었으니 학생들이 막상 고구마를 캐면서 기대한 만큼의 수확물이 나오지 않아 실망하면 어쩌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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