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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장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본다. 코로나로 인해 상상으로 하는 여행이지만 국외 여행이라면 더 적절하겠다. 누구라도 그렇듯 준비하는 단계에서 느끼는 감정의 대부분은 기대와 설렘이며, 마음속에 그려보는 여행지에서의 장면들은 낭만적이고 이국적이다. 겪지 못했던 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아름답고 풍성할 것이라 여겨진다. 얼마나 공을 들인 여행인데, 그에 비해 현지에서의 사소한 불편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닿고자 했던 그곳에 내 몸이 놓이게 되면서부터는 많은 것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도착하기 전엔 생각지 못했거나 수월하게 넘어갈 듯했던 장면들이 실체가 되어 다가온다. 그 하나하나를 맞닥뜨리며 태도와 생각이 달라짐도 확인하게 된다. 가령 호텔 체크인을 한 다음 배정된 방에 들어가 보니 다른 건물 뒷벽만 마주 보게 되었을 때, 떠나기 전에는 고려할 문제의 목록에도 없었지만 현실에서는 답답하고 마음이 상한다. 프런트 직원의 미소는 당연해도 침대 밑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바퀴벌레는 웃으며 넘어가기 힘들다.

어떤 상황을 실제로 마주하기 전에 하게 되는 기대와 예상은 정교하기보다는 대체로 두루뭉술하다. 기대의 내용이 긍정적일수록 전망은 실제보다 너그럽고 여유로워진다. 추상성과 구체성의 간극 때문이다.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상상하는 모든 내용은 추상적이다.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일 분 일 초의 시간들, 한 발짝 두 발짝의 걸음과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들이 구체적인 현실이 된다. 추상적 기대와 구체적 현실 사이에 크레바스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여행뿐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라든가 기대의 내용에 상관없이 그것이 실제가 되었을 때 직접 부대끼며 겪는 현실이 그렇고, 수많은 예상과 달리 닥쳐온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내용들 사이의 간극이 그렇다.

기대치의 기본값도 예상과 실제 사이에 거리를 띄우는 역할을 한다. 그 기본값은 적어도 살펴본 정보의 평균치 이상이 되곤 한다. 가령, 여행지를 검색하며 사진으로 보았던 매력적인 풍경은 기본값으로 저장된다. 그곳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을 때 사진 앵글에 담긴 트릭은 고려하지 않고 기본값을 동원하여 당연히 감동적이어야 마땅하다고 여긴다. 생각지 못한 에피소드라도 만날 경우 '예상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기대치는 0으로 하지'라고 넘어가지도 않는다. 저장된 기본값에 맞추어 만족과 불만의 사이를 오간다. 기대와 현실의 그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모으고, 보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접근해보기도 하지만 완벽하게 예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여행도 그렇거니와 삶에서도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지리라는 기대를 아무리 풍성하게 한들 막상 그 시점에 도달하면 상상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고 눈앞에는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현실이, 예상과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물론이려니와 무엇인가 시작하는 단계에서 기대하고 전망하는 일은 갖추어야 할 필수품 중 하나이다. 기대는 두루뭉술한 데 비해 현실은 구체적이어서 그 간극이 아무리 커질지라도 기대하고 예상하는 설렘과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직접 겪어보니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와 다르다면, '사실이 바뀌면 생각을 바꾼다'고 한 경제학자 케인즈의 방법을 그 단계에서 적용해도 좋을 것이다.

학교에서의 3월은 기대와 전망의 시기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과 달리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학기, 새로운 만남들에 대한 기대와 예상은 항상 새롭기만 하다. 학년 초의 기대들이 실제와 얼마나 가까울 것인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새학년을 시작하는 때 지참해야 할 필수품인 기대와 전망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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