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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감

학교는 사회 속의 작고 조용해 보이는 또 하나의 사회이다. 겉으로는 평온한 듯 보이면서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무수한 소망과 지향들 그리고 욕망들이 서로 화합하며 조화하는 한편으로 서로 길항하며 따뜻함 혹은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소란스러움이나 상처를 생산하기도 한다. 학교 안에서의 필요와 목표들 그리고 학교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수많은 요구와 주문들이 마치 멈추지 않는 바람처럼 불면서 한시도 쉬지 않고 일렁거리는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해 보이되 복잡함이 얽혀있는 학교의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거기에 알맞은 시선의 도구를 마련해야 할듯하다. 천문학자가 망원경을 사용하고 생명공학자는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거리에서 그럼으로써 조금은 더 현명하게 학교의 그 많은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의 도구로 '무한 다면체'는 어떨까.

학생과 선생님들은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교육과 성장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지만, 마치 한 명 한 명이 하나의 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면체를 연상하게 한다. 네 명이면 사면체, 여섯 명이면 육면체인 셈이다. 굳이 정사면체거나 정육면체일 필요는 없다. 한 명 한 명이 차지하고 있는 각각의 면들이 동일하지도 않다. 말하자면 학생과 선생님을 합하여 천여 명이 생활하는 학교는 천여 개의 면으로 구성된 다면체이다. 둥그런 구체(球體)와 같되, 살펴보면 누구나 각각 하나씩의 고유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구체이다. 각각의 면들이 고정되어 있지도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구체, 자신의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학교와 교육이라는 공간을 함께하며 뭉쳐있는 구체이다. 그리고 각각의 면들은 모두 반짝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어떤 종류와 방식으로든 빛을 받으면 반짝거린다. 모두들 자신의 각도를 가지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범위를 좁혀보면 학생이나 선생님 한 명 한 명은 학교를 구성하는 각각의 면들인 동시에 다시 그 자신만의 다면체를 구성하고 있다. 개인의 삶 또한 무수히 많은 반짝이는 각각의 시간과 장소와 사건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스스로 하나의 다면체인 것이다. 각각의 다면체들은 유동적이되 어떤 크기가 되었든 그 안으로 '수많은 겹'을 만들어 가진다. 그가 살아온 시간의 궤적이라는 겹과 생각과 정서, 기억 그리고 가치관이라는 각종의 겹들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수많은 겹을 가진 다면체 하나하나로서의 학생과 선생님, 또 그런 학생과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학교는 곧 '무한다면체'가 된다. 무수한 겹과 면의 다면체들이 만나며 만들어내는 작용 혹은 부대낌들이 삶의 다양성을 가능케 하는 원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수한 면으로 이루어진 무한 다면체는 언제든 반짝거린다. 어느 곳에서든 밖으로부터 빛을 받아 반짝이기도 하고 스스로의 이유로 반짝이기도 한다. 새로운 만남과 성장으로 반짝거리고, 기대와 희망으로 반짝거린다. 행복함으로 반짝이는가 하면, 슬프고 힘겨운 통증의 시간으로 반짝거린다. 반짝임으로 반응하며, 그러한 반짝임을 통해 스스로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어쩌면 학교라는 다면체를 이루고 있는 하나하나의 모든 면들은 그들이 학교에 머무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항상 반짝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바라보는 눈길의 각도와 일치하는 때 그 반짝임이 눈에 들어오는 것일 수도 있다.

무한 다면체를 시선의 도구로 삼는다고 할 때, 눈에 들어오는 반짝임에 우선 반응을 한다고 하여도 언제든 어디서든 반짝거림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둥근 구체의 모든 면을 동시에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모든 반짝임에 눈길을 줄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일렁이는 반짝임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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