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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10년 넘게 이용하던 유선방송 티비를 몇 달 전에 IP TV로 바꿨다. 집으로 연결되었던 기존의 방송 케이블이 무슨 이유인지 끊어졌고 그것을 계기로 가족들 의견을 모아 변경하기로 했다. 티비는 그대로 사용하는 중이라 방송 연결업체만 달라졌는데도 그로 인한 또 다른 달라짐의 폭은 예상보다 컸다. 그중에서 영화 스트리밍 플랫폼과 영상공유사이트를 쉽게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차이를 만들어낸 두드러진 이유가 되었다.

평소 티비를 보는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별다른 일이 없는 주말 오후에나 소파에 몸을 파묻고 리모컨을 들곤 했는데, 이제는 공중파나 지상파 채널을 보는 빈도가 더 낮아진 대신 틈이 날 때면 영화나 영상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이 새로운 습관이 되었다. 뉴스는 티비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고, 드라마는 이전부터 관심이 별로 없어 스포츠나 다큐멘터리에 간혹 쏠리던 눈길이 영화라든가 호기심을 끄는 영상들로 향하게 된 것이다. 얼마쯤 뒤부터는 그마저도 길어야 20분 내외로 편집된 영상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졌다. 두 시간여 동안 영화에 몰입하기에는 이런저런 일들로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아 번거롭기도 했지만, 영화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영상들이 일종의 대체효과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문득 하나의 영상이 끝나면 특별히 무엇을 보아야겠다 검색을 해야겠다 등의 이유 없이 무심코 다음 영상으로 또 다음 영상으로, 플랫폼에서 알고리즘으로 제공하는 영상을 생각 없이 따라가는 나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초기화면에 나타난 흥미로운 몇 개를 골랐을 뿐인데, 그 선택이 다음으로 재생되는 목록들의 가이드가 되어 있었다. 살펴보니 영화를 축약해서 보여주는 영상,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영상, 비 오는 캠핑 영상 등등이 어느새 꼬리를 물 듯 이어지고 있었고, 거기에 무슨 원리인지는 몰라도 알고리즘에 의해 추가되는 다른 소재의 영상들이 마치 진열대의 상품들처럼 시선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고르게 되는 영상들의 일관성도 점점 흩어지고 있었다. 영화나 캠핑, 여행 등은 얼마 안 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영상과 원목 가공 영상으로 옮겨졌고, 짐작건대 이것들도 심드렁해지면 관심은 또 다른 추천 영상들로 흐를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티비 앞에 머무는 시간은 확실하게 늘어났다.

짬 날 때 부담 없이 바라보다 전원을 끄면 그만이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 알아서 골라주고 새로운 목록 추천에도 열심인 알고리즘에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끌려 들어가는 모습을 몇 번 확인하고부터는 마냥 지나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리모컨을 쥐고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책 읽는 시간과 몸을 움직이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은 달갑지 않다. 알고리즘의 유도에 의해 무심히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 과연 편리함일까라는 의구심도 떠나지 않는다. 더불어 저 영상들을 바라보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이면의 원리는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들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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