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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아파트를 떠나 교외 단독주택으로 옮긴 지 제법 오래되었다. 생활 공간이 바뀌다 보니 거기에 따라 여러 가지에 변화가 생겼다. 그중 하나가 작은 가구들을 직접 만드는 일이다. 가구점에서는 원하는 크기와 쓰임새의 기성품을 찾기 어려웠거니와, 재질이나 가격도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으니 만들어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나무를 비롯해 이런저런 부속품을 구해 맞춤으로 만드는 데서 오는 은근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필요가 궁리를 하게 만들고, 궁리 끝에 시도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재미를 들이게 된 셈이다.

처음에는 서툴렀다. 어디 가서 기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 그저 책 몇 권으로 익힌 솜씨니 투박한 게 당연했다. 그래도 평상을 만들고 책장을 짜고 데크를 깔고 이런저런 소품을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하나씩 둘씩 장만한 도구가 제법 늘어났고, 결과물 역시 조금씩 나아졌다. 지난해엔 덩치가 큰 옷장 만들기에 도전했다. 나름대로 내공이 쌓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필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이 틀어지고 고장이 나서 새것으로 구입할까 했지만 크기와 견적을 따져보니 직접 만드는 게 나아 보였다. 옷장처럼 크고 복잡한 물건을 만든 경험은 없어도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준비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 세밀하게 치수를 재고, 도면을 수십 차례 그렸다. 어떤 자재가 알맞을까 검색도 꽤 많이 했다. 옷장 작업이 처음이고, 단계가 많은 데다 주말처럼 제한된 시간에 해야 하니 과정은 더뎠다. 몇 번씩 꼼꼼하게 따져가며 만드는 동안 때때로 몸이 지쳤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지만 몰두하는 것 자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은 컸다. 어깨가 뻐근해지고 작업복은 땀에 젖어도 기분은 상쾌했다.

작업 난이도로 따지면 전부 다 어려웠지만, 그중에서 최상은 문짝 만들어 달기였다. 몇 부분으로 나눈 옷장 프레임과 달리 문짝은 높이만 2m가 넘었다. 긴 시간을 들여 어찌저찌 만든 문짝에 경첩을 달아 본체와 연결하면 드디어 끝이었는데, 아뿔싸,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문을 설치하고 닫아보니 양쪽 문 사이에 손가락 두세 개 정도의 틈이 벌어져 있었다. 세심하게 준비했음에도 오류가 생기고 말았다. 계획과는 사뭇 다른 결과가 반박할 여지 없이 드러난 난감함이라니. 기운이 빠졌지만 다시 작업할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옷장에는 지금도 약간의 불만이 묻어있다.

지난달 아내는 새로운 주문을 했다. 책장 옆 자투리 공간에 작은 수납장을 놓고 싶다는 거였다. 주말을 보낼 좋은 놀이가 생겼다는 즐거움에 곧장 줄자를 들고 치수를 쟀다. 배송된 원목의 향기를 배경으로 깔아놓고 필요한 길이로 재단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키보다 작은 크기의 수납장이라 나사못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역시 문제는 문짝을 다는 일이었다. 다행히 옷장 만들 때의 실수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누적되는 게 맞는 듯하다. 한참 동안의 작업 끝에 깔끔하게 아귀가 맞는 수납장을 자리에 들여놓았다. 이번에는 제법 탐탁하니 마음에 든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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