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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걱정의 총량은 비슷하다. 예전 젊었을 때도 이런저런 걱정, 지금 나이가 들어서도 역시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 마치 수학 공식의 상수처럼 마음속에 걱정거리를 담아두는 공간이 일정한 크기로 확보되어 있는 듯하고, 그곳에는 내용물이 무엇이든 항상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다는 점 역시 변함이 없어 보인다. 시간의 흐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걱정거리의 내용물이 이것에서 저것으로 교체되곤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그곳에 담기는 걱정거리는 부피와 질량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늘 현재진행형이다. 머무는 기간이 긴 것, 너무 길어지는 것도 많고, 짧게 왔으되 강한 타격을 주고는 이내 흩어져 버리는 것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걱정들은 불편함을 안겨준다.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떠안아야 하는 불편함이다. 해결에의 욕망 또는 의지를 추동하는 불편함이고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신경을 집중하게 하는 불편함이다.

그렇게 하여 어떤 걱정거리들은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 풀어내기도 한다. 어찌저찌 해결되어 지나간 것들은 몇 줄 기억으로 남곤 한다. 그러나 더 많은 것들은 실마리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손에 닿지 않거나, 손에 쥐고 있어도 실제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뭔가 다른 접근법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가령 호흡을 늦추고 찬찬히 바라봐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면 일부나마 걱정거리들의 결이나 색깔, 모양을 짚어낼 수 있다.

당연하게도 걱정이 담기는 마음속 공간의 부피와 내용물은 사람마다 다르다. 걱정이 각자 자신의 기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삶 기준에 의해 걱정거리가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걱정은 기준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기준이 많으면 걱정도 많아진다. 기준이 엄격하면 걱정거리들의 단단함도 함께 더해진다. 삶에서 아무런 기준이 없을 수 없듯 걱정거리는 없을 수 없다. 기준은 스스로 정한 것 외에 원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들도 많다. 그러한 기준들에 의해 생성된, 마음을 긁어대는 것들을 살피는 작업은 어수선한 방을 정리하는 일과 흡사하다. 치우거나 투명한 상자에라도 담아두면, 어느 정도 몸을 누일만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른 이들과 공유할 것들, 혼자 짊어질 것들을 가다듬으면 작으나마 바람을 들일 수도 있다.

밖으로부터 비롯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모두의 삶이 무겁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게다가 해결의 전망조차 어두운 종류의 걱정은 차라리 다른 걱정거리들이 늘어나 그것을 덮어버렸으면 하는 회피의 유혹을 자아내기도 한다. 마음 졸이며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잘 해결해 낼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으로 바라보는 걱정거리는 그보다는 조금 낫다. 해결을 주도함으로써 비교적 원하는 방향으로 풀어낼 가능성이 있는 걱정이라면 다행이되, 불편과 아픔의 무게에 비해 점점 관여할 부분이 없어지는 종류의 걱정에 대해서는 응원이 남아 있는 대부분임을 인정하곤 한다.

걱정의 내용은 변한다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끊임없이 마음을 울리되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무겁지만 치울 수 없고 치워서도 안되는 걱정거리 들은 어쩌면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삶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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