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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사람 이야기 - 청주 서문시장 동호순대

"힘든 세월 지나온 만큼 빛 발하는 순간이 옵니다"
부산서 올라와 다시 시작한 20년… 김종길·송현자 부부
순대국밥, 곱창 볶음·전골이 인기 메뉴
"배우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내 것' 만드는게 중요해"

  • 웹출고시간2021.09.27 08:53:03
  • 최종수정2021.11.15 13:21:56

청주 서문시장 순대·곱창 골목에서 '동호순대'를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종길·송현자 부부가 활짝 웃으며 단골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손님들 입소문으로 알려진만큼 방문하는 모든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서문시장 순대·곱창 골목에 위치한 '동호순대'는 2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종길(63)·송현자(61)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일찍이 부산에서 사업을 해온 부부는 갑자기 어려워진 상황에 청주로 내려왔다고 한다.

현자씨는 "생각보다 젊은 시절에 하던 사업이 잘 됐었다"며 "하지만 그만큼 힘들어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업이 실패한 후 청주로 온 부부는 서문시장서 장사를 하던 종길씨의 동생에게 음식과 장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현자씨는 처음 식당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리면 '막막함' 그 자체 였다고 이야기했다.

"식당이라고 하지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부엌이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며 "난전장사랑 다를게 뭔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고, 겨울이면 추워서 옷을 다섯겹씩 입어가며 음식을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또 손님들에게도 바깥에 음식을 내놓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생각이 들어 몇 해 전 건물 주인의 동의를 얻어 부엌을 내부로 들이는 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청주 서문시장 순대·곱창 골목에서 '동호순대'를 운영하고 있는 송현자씨가 순대국밥을 끓이고 있다.

ⓒ 김용수기자
종길씨와 현자씨에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순대 만들기와 내장을 다루는 일은 낯설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배워나갔다고 한다.

현자씨는 "처음엔 내장을 만질 엄두도 내지 못했고, 음식하는 자체가 스트레스로 살이 엄청 빠졌었다"며 "남편이 옆에서 더 열심히 배우고 버텨준 덕분에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배워서 시작한 음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자씨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현자씨는 "레시피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것으로 터득해내는 과정도 중요"하다며 "내 손맛을 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나만의 비결도 만들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경험이 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눈물나는 세월을 지나고 동호순대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현자씨는 "장사 시작 후 10년간 조금 있던 돈 마저 '다 까먹었다' 하던 차에 아이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손님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알고보니 손님들이 감사하게도 인터넷에 방문글을 올려주셨더라"며 "감사하다는 답변도 써보고 싶은데 휴대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워 아직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대신 오시는 모든 손님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저와 남편은 손님 한분 한분에게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맞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는 점심시간 예약을 해야 제시간에 식사가 가능할 정도였다. 관공서가 인근에 위치한 것도 톡톡히 한 몫을 했다.

동호순대에 방문하는 손님들 중에는 '맛있다는 데를 찾아가도 이 곳만 못 하다'며 다시 찾는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지금 자리말고 다른 더 좋은 자리에서 하면 어떻겠냐며 아까워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부부가 매일 아침 내장을 직접 삶고 다듬은 덕분에 국밥 등 어떤 메뉴에도 돼지 내장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현자씨는 "손님들이 먼저 알아준다"며 "머릿고기는 비계를 정말 많이 제거한다. 이 덕분에 먹기 좋다고 하시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자씨의 곱창볶음도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다. 저녁시간 술 한 잔 기울이며 안주로 먹기 좋다고 설명했다.

청주 서문시장 순대·곱창 골목에서 ‘동호순대’를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종길·송현자 부부가 인기메뉴인 곱창전골 등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현자씨는 "곱창볶음과 전골 양념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손님들이 짜지 않으면서 맛있다는 평가를 해주신다"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 했다.

이어 "간혹 손님들이 이 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가 뭐냐고 물으실 때가 있다"며 "저는 다 맛있으니 선택하셔서 드시고 싶은거 드시면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음식 하나 하나 신경을 안 쓴 것이 없다는 현자씨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여려운 시기를 겪은 만큼 단단해진 부부는 "힘든 세월이 그만큼 지나가야 그것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현자씨는 "지금 생각하면 젊었을 때 어려웠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나이 먹어서 힘들어지면 일어설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젊었기에 버텨냈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현자씨는 "예전에는 70살까지 장사하는 것이었는데, 요즘 주변을 보면 70대 사장님들이 아직 많다"며 "나이를 먹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이기도 하다보니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점점 욕심이 없어진다. 더 큰 욕심 없이 이제는 많이 웃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성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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