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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사람이야기 - 청주 사창시장 꿀꿀이연탄가게

은근하고 따뜻한 연탄불 같은 인생
20년간 피워낸 연탄불로…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박영신씨
연탄 사용하는 고깃집 흔치 않아 시작
낮에는 봉사활동 저녁엔 가게운영

  • 웹출고시간2021.11.14 18:42:22
  • 최종수정2021.11.14 18:42:22

청주 사창시장에서 꿀꿀이 연탄구이집을 운영하는 박영신 대표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양질의 삼겹살과 새콤달콤한 파 무침 등으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가족같이 내 걱정 해주는 손님들 덕분에 이때까지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박영신(66)씨가 사창시장서 자리를 잡고 '꿀꿀이연탄가게'를 시작한 건 20년 전이었다. 먼저 시장에 자리잡고 있던 언니의 순대가게 옆에서 연탄고깃집을 열면서다.

연탄에 생고기를 구워 기름기는 쏙 빠지고 은은한 불향이 입혀지는 영신씨네 고깃집은 늘 인산인해다.

처음부터 영신씨가 고기를 다룰 줄 알았던 것은 아니었다.

영신씨는 "이런저런 장사를 해보던 중 분식집도 운영했었다"며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 돼 고민이 많았다"라고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당시에도 연탄을 이용한 고깃집은 거의 없었다"며 "일단 연탄은 다룰 수 있으니 테이블부터 사서 고깃집을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청주 사창시장에서 꿀꿀이 연탄구이집을 운영하는 박영신 대표는 수시로 맛있는 김치를 담가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그렇게 시작한 고깃집은 다행히 초반부터 운영이 무던히 잘 됐던 것 같다고 영신씨는 회상했다.

영신씨는 "중간에 사창시장 근처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재개발이 이뤄진 기간이 있다"며 "그때는 정말 손님들의 발길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더라"라고 전했다.

재개발이 끝난 이후에는 다시 안정을 찾고 손님들의 꾸준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영신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연탄과 고기의 질'이다.

연탄은 일반 가스불과 달리 꺼지지 않도록 늘 신경쓰고 관리해야 한다. 아차하고 꺼트리면 새로 불을 켜는데만 2~3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위 '연탄세대'라고 설명한 영신씨는 "어릴때 연탄으로 난방을 해 다루는 방법을 알고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꿀꿀이연탄가게에서 하룻동안 사용되는 연탄은 6~7장 정도다. 오랫동안 열기를 낼 수 있는 연탄 특성상 여러번 사용이 가능해서다.

가게에는 실내 4개 테이블과 실외 2개 테이블이 있다. 그러다보니 6개의 연탄은 기본적으로 달궈져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1년동안 2천500장 정도의 연탄을 사용했다고 한다.

영신씨는 "겨울에는 따뜻해서 좋은데 여름에는 열이 너무 덥게 느껴진다"며 "손님들도 열기가 더워서인지 한 여름인 7월~8월 중순까지는 장사가 좀 덜되는 때다"라고 전했다.

가끔씩 영신씨 가게만의 맛을 배우기 위해 청년들이 찾아와 장사를 배우고 싶어하는 때도 있지만 결국 연탄관리가 너무 힘들어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녀는 "연탄 관리는 한 순간을 놓치면 꺼진다. 숯이나 가스와 달라 관리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일"이라며 "손님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불이 없으면 손님을 받지 못 한다"고 조언했다.

소중히 관리한 연탄불에 구워지는 생목살과 생삼겹살의 은은한 불향과 쫄깃한 식감은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영신씨는 "우리집 고기는 정말 맛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우리집에서 먹어본 손님들은 다른데 가서 못 먹겠다는 말도 해준다"고 이야기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영신씨네 가게에서 인기있는 건 고기뿐만이 아니다. 직접 담근 김치와 된장찌개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는다.

영신씨는 "우리 어머니가 손맛이 좋았다"며 "손님들이 김치를 정말 많이 찾는다. 김치도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해 직접 하고 된장도 될 수 있으면 직접 담가서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직접 영신씨 손으로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가게도 그렇고 굽는 방식도 옛날식"이라며 "그러면 고기라도 맛있고 반찬이라도 맛있어야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별화를 두려고 일부러 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저 하다보니까 김치도 된장도 담게 된거다. 다만 그전에는 메주도 직접 쒀서 했는데 이제는 너무 힘들어 메주는 사서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탄과 고기의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 건 영신씨의 친절함 덕분이다.

밝은 에너지로 보는 사람마저 기분좋게 만드는 영신씨 덕분에 꿀꿀이연탄가게엔 단골손님들이 많다.

영신씨는 "가게 처음시작할때 부터 오기 시작한 손님들이 많다"며 "젊은 친구들은 음료수를 사다주기도 하고 사장님 힘들다며 직접 셀프로 움직여줄때도 많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청주 사창시장에서 꿀꿀이 연탄구이집을 운영하는 박영신 대표가 연탄불을 확인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이어 "젊은 손님들은 아들같고 딸같다. 본인들도 오래 다니면서 엄마 같다며 테이블도 치워주고 할때가 많다"며 "손님이랑 가족이 됐다는게 참 고맙고 좋다, 덕분에 편하게 장사했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유명 먹방유튜버가 다녀간 영상에는 '주인분의 친절함과 밝은 표정이 더 기분좋게 만들어준다'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방송 이후 가게 앞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저녁 때마다 대기 행렬이 이어진다.

다만 매장에 테이블 수가 적고, 저녁 술을 곁들이는 손님들이 많다보니 예약은 받기 어려워졌다.

영신씨는 "이게 참 양날의 검이다"라며 "단골 손님들이 전화오셔서 '사장님 어떻게 안되겠느냐'하시는데 해주고 싶어도 기다리는 다른 손님들이 있어 해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 기다리시는 손님들에게도 미안하고 안에서 먹는 분들도 괜히 눈치보일까봐 미안하고 그렇다"며 안타까워했다.

영신씨는 20년간 장사를 하면서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예전만큼 못 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녀는 "내가 앞으로 해봤자 몇 년 못하지 않을까 싶다"며 "요즘에 바쁘게 장사하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봉사를 자주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여유가 다시 생기면 해오던 봉사활동을 좀 더 열심히 이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 성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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