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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사람 이야기 - 청주육거리종합시장 '충북방앗간'

25년 터줏대감 "성실함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
어머니와 두 아들·며느리가 운영… 전화선·김순현·김명숙·김순호씨
온 가족의 '성실함'과 '배려'가 비결
"큰 욕심보다는 늘 고객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 웹출고시간2021.07.18 18:49:23
  • 최종수정2021.07.18 18:49:23

충북방앗간은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25년 동안 가족이 함께 운영하며 단골 고객들이 끝이지 않는 방앗간이다. 이처럼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성실함’으로 방앗간을 꾸준히 운영해온 탓이다. 김순현사장(왼쪽부터)을 비롯해 동갑내기 아내인 김명숙씨, 어머니 전화선씨, 동생 김순호씨가 방앗간에서 만든 참기름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이제는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어요."

'충북방앗간'은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서 25년째 대를 이어 운영중인 방앗간이다.

어머니인 전화선(70)씨는 착유기(기름짜는 기계)와 고추방아 등 방앗간 기계 3~4대로 25년 전 장사를 시작했다.

화선씨는 "처음에 장사를 시작할 때 이웃사람이 와서 들여다보더니 '가만히 보니 장사의 장자도 모르는 사람이 장사를 시작했는가보다'라고 얘기할 정도였다"며 "그러면서 '장사하는 사람은 이렇게 해야한다'고 설명을 해주더라"라며 웃으며 말했다.

충북방앗간 김순현 사장과 아내 김명숙씨가 기름을 짜기 위해 분쇄한 살구씨를 옮겨 담고 있다.

ⓒ 김용수 기자
혼자서 시작한 장사였지만 두아들 김순현(48)씨, 김순호(44)씨의 속깊은 도움이 전씨에게는 큰 힘이 됐다.

순현씨는 대학을 다닐 때도 강의 중간 쉬는 시간을 이용해 배달을 다녔다.

순현씨는 "방앗간 일이 저희 집안의 생계였다"며 "어머니 혼자 일을 다 하시기에는 어렵기도 했고, 그시간에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가게일을 돕는게 더 낫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가게로 전화해 배달이 있으면 차에 미리 싣고 온 주문량을 가져다주고 오곤 했다"고 덧붙였다.

순현씨는 결혼과 취직을 한 후에도 꾸준히 어머니 일을 도왔다.

충북방앗간을 함께 운영하는 가족들이 모처럼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순호·전화선·김명숙·김순현 사장.

ⓒ 김용수기자
어느날부터 화선씨가 아침에 가게로 출근하면 꺼내둘 가게 물건들이 다 나와있고, 방앗간 기계에 불도 들어와 있었다고 한다. 순현씨가 아침마다 회사 출근 전에 들러 준비를 해둔 것이다.

1년간 아침 가게 준비를 하던 순현씨는 어머니와 함께 방앗간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화선씨에겐 반가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확고한 아들의 생각을 꺾을 수 없었다.

순호씨도 형과 마찬가지로 대학시절부터 취업 후에도 방앗간 일을 틈틈이 도왔다. 이후 어머니 건강 악화와 형이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에 일을 접고 가게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쉽지 않은 일이고 가족이 함께 하다보니 부딪힐 법도 하지만, 형제간 큰 소리 한 번 난적이 없다고 한다.

순현씨는 "작은 방앗간이지만 각자의 일이 나뉘어져 있다.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기도 하고 서로 생각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커 어려움 없이 운영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도 힘든 부분이 여러가지 있을 텐데 늘 이해해주고 먼저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충북방앗간 며느리인 김명숙씨가 들기름을 병에 옮겨 담고 있다.

ⓒ 김용수기자
순현씨의 아내인 김명숙(48)씨는 아이들을 놀이방에 보내는 시기부터 함께 나와 일을 시작했다.

명숙씨는 "기계를 다뤄야하다보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크다"며 "처음에는 눌러주는 기계의 덩어리가 떨어져 나간 적도 있고, 우엉차를 끓이기 위해 준비하다 불이 붙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행히 큰일 없이 해결됐지만 지금도 조그만 소리만 나도 겁이난다"며 "이외에는 재밌게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시댁 식구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명숙씨는 '그래도' 이만한 일이 없다고 표현했다. 또 남편과 시동생의 도움이 컸다.

명숙씨는 "고생하고 힘들긴 했지만 그 와중에서 애들도 잘 키워냈고 가게도 이만큼 성장을 해 뿌듯하다"며 "이 일만큼 어른들이, 손님들이 많이 와주는 그런 장사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식구들이 못 알아주는 것들을 손님들이 알아줄 때 보람을 크게 느낀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늘 고맙다"며 "내가 할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할 것 같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시동생이 저를 서운하게 했거나 힘들게 했다면 그만뒀을 수 있다"며 "늘 잘 챙겨주고 배려해준다. 이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만 봐도 아니까(의지가 된다)"고 덧붙였다.

온 가족이 서로를 위해 일하는 모습은 손님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화선씨는 "오시는 분들마다 어떻게 형제와 며느리가 인상이 좋고 사이가 좋냐고 이야기한다"며 "며느리는 일도 잘하고 착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흐뭇해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는 사랑방 역할을 하던 방앗간의 모습을 바꾸었다.

화선씨는 "예전에는 손님들이 오면 먹을거리도 내놓고 서로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코로나 이후엔 손님들이 거절한다"며 "얼른 코로나가 끝나 모두가 자유롭고 편한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육거리시장도 더 활상화 되고 시장안의 사람들도 모두 좋아지길 바라는게 내 바람"이라고 전했다.

'충북방앗간'은 들기름, 참기름, 살구씨기름, 홍아씨기름과 고추가루가 주력 상품이다. '기름 잘짜는 집'으로 소문난 만큼 명절과 김장 시즌은 정신없이 바쁘다.

평소에도 하루 12시간을 정신없이 서서 움직이며 일하는 방앗간 일 특성상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방앗간 김순현 사장이 살구씨 기름을 만들기 위해 분쇄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이 때문에 2달 전 부터 일요일에는 쉬기로 하는 어려운 결정도 내렸다. 모두의 건강을 챙기며 더 오래 방앗간을 운영하기 위한 선택이다.

충북방앗간 가족의 가장 큰 바람은 '가족의 건강'이다.

순현씨는 "고생한 만큼 손님들이 많이 오시고 인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지금처럼 서로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순호씨는 "이제 나이가 들면서 몸이 조금씩 힘들다"며 "어머니가 많이 힘드신데 더 아프시지 않으면 좋겠다. 식구들이 다들 건강만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명숙씨는 "늘 일이 끝나면 신랑과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한다"며 "큰 욕심은 없다. 우리 식구들 건강을 다 지키면서 하는데까지 열심히 하는게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시는 손님한테 서운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 늘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무리했다.

/ 성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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