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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사람 이야기-청주육거리시장 '호진이네 반찬가게'

母子 사장님 "맛의 비결은 신선함"
장선주·오호진씨 지난해 오픈
3대째 장사 …매일 직접 준비
온라인 판매 도전

  • 웹출고시간2021.07.11 21:08:43
  • 최종수정2021.07.18 15:57:17

편집자

번듯한 건물 안에서 개별 포장된 상품, 음식들을 구매하는 일상이 우리 삶에 익숙해져 있는 시대지만, 아직 '시장'이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향수가 있다. 동네마다 자리잡은 시장 골목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구매해보거나, 방앗간에서 떡을 만드는 모습, 김을 굽는 모습 등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들을 만나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처음 방문하는 지역의 시장에서도 왠지 모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시장만이 갖고있는 정겨움은 곧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들과 장바구니를 들고 이곳저곳 누비며 구매를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시장 안 공기를 채운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한두마디면 마음을 열 수 있는 곳이 시장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본인들의 자리를 지켜가며 묵묵히 하루를 준비하는 시장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본다.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모자(母子)가 함께 운영하는 '호진이네 반찬가게'. 장선주 사장(왼쪽)은 식당을 운영하며 깊어진 손맛으로 반찬을 만들고, 아들 오호진씨는 판매를 맡고 있다. 김치와 젓갈류 등 다양한 반찬을 팔고 있는 '호진이네 반찬가게'는 앞으로 온라인 판매도 시행할 계획이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서로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죠."

'호진이네 반찬가게'는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의 살짝 뒷골목에 위치한 작은 반찬가게다.

장선주(52)씨와 오호진(29)씨 모자(母子)는 지난해 3월 함께 반찬가게 문을 열었다.

육거리시장은 선주씨의 어머니가 지난 30년 간 육거리시장에서 노점 생선 장사를 해 온 곳인데다, 이후 선주씨가 업종을 반찬으로 변경해 15년간 장사해 온 곳이기도 하다.

반찬가게에서 선주씨가 김치, 장아찌 등의 반찬을 만들면 아들인 호진씨는 육거리시장 입구 노점에서 판매를 맡고 있다.

가게의 시작은 '내 가게'를 갖고 싶은 선주씨의 도전과 20살부터 일을 시작한 호진씨가 '나의 일'을 하고싶은 마음이 맞물리면서다.

학생때부터 늘 어머니 장사 준비를 돕던 호진씨가 장사에 관심을 보인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선주씨는 "평생 장사만 하던 부모를 봐왔기 때문에 장사에는 관심이 없을 줄 알았다"며 "쉬운 일이 아니기에 처음 관심을 가질 때는 아들을 만류하기도 했다"며 설명했다.

이어 "노점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가게를 옮기고 치워야한다. 오픈하고 마감하는데만 하루에 3~4시간이 소요되고, 그 시간이 정말 힘들기도 하다"며 "그래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괜찮다는 아들의 말에 '좀 더' 젊을 때 도전할 용기가 생겼고, 마침 저렴한 가격에 나온 지금의 가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두 모자의 아침은 늘 전쟁이다. 아침 잠이 많은 아들과 깨우는 엄마 목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선주씨는 아침 7시 가게에 나와 당일 판매할 반찬과 김치를 담그는 것으로 시장에서의 일과를 시작한다.

보관기관이 짧은 재료들을 혼자서 다듬고 만들어야하다보니, 미리 주문받은 양과 하루 판매량의 재료로 매일 양을 조절해 김치를 담근다.

오이지, 마늘종 등 장아찌류도 제철에 맞춰 준비해두고 있다. 곧 장마철에 접어들다보니 여름철 장아찌류는 일찌감치 준비해뒀다.

'호진이네 반찬가게'의 모자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반찬은 '열무김치'다.

지난 일년간 선주씨가 만들어온 열무김치 맛은 '성공한 것 같다' 자부할 수 있을 정도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주문도 가장 많은 품목이다.

맛의 비결은 '신선한 재료'다.

반찬가게 근처가 야채 도매시장이다보니 청주 근교에서 갓 따와 흙이 마르지도 않은 채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양념 재료들도 인근 가게에서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보니 원재료부터 양념까지 질좋은 재료로 만들 수 있다.

선주씨가 오전 10시까지 아들이 판매할 김치와 반찬들을 준비하고 나면 노점 오픈준비를 마친 호진씨는 준비된 반찬들을 날라 장사를 시작한다.

가게가 시장 안쪽에 있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노점이 시장 입구에 위치하면서 가게의 실질적인 매출은 호진씨가 책임지고 있다.

호진씨는 어릴때부터 익숙한 시장에서 든든한 지원군인 어머니와 함께 하고 있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호진씨는 "처음에 장사를 시작할 때는 '정말' 다리가 많이 아팠다"며 "하루 12시간 가까이 서있어야 한다. 나름의 노하우가 생길 때까지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사라는 것이 쉬는날이 정해져있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내가 한 만큼 벌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직장생활할 때보다 지금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며 미소지었다.

시장에서 흔치 않은 젊은 사장님인 호진씨는 지난 1년 새 '찐팬'도 생겼다.

고객들 중 아들같다며 예뻐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사위삼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여럿 생겨났다.

선주씨는 "아들과 함께 일하면서 키울때는 보지 못 했던 모습을 보게됐다"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힘들다는 소리도 하지 않더라. 인내심도 상당히 있는 것 같아 놀랐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생각보다 단호한 부분도 있다. 장사하면서 강해진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주씨에게는 잊지 못할 고객도 있다.

한 젊은 여성 고객이 김치를 주문한 후 찾으러와 계산을 하면서 '꽃 봉투'를 건넸다. 봉투에는 계산할 돈과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라는 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고 한다.

선주씨는 본인이 만든 반찬에 대해 가치를 높여준 것 같아 그때 편지 문구는 기억에 선명하다고 한다. 봉투와 편지 역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 반찬가게 손님들은 '가게를 보면 믿고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입구서부터 가게 안쪽까지 선주씨가 쉴새없이 쓸고 닦은 덕분이다.

호진씨는 "엄마는 정말 깔끔하시다. 별명으로 '닳는다'고 이야기할 정도다"라며 "덕분에 주변 상인분들에게도 깔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고, 저역시 늘 봐오던 것이 있어 노점도 깨끗하게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진이네는 온라인 판매라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판매에 필요한 사진 촬영과 서류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다.

다만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재료 수급이 원활치 못할 것을 우려해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선주씨는 "처음에 가게를 시작하면서도 온라인 판매를 생각했었다"며 "경쟁도 치열하고 우리가 들어갈 자리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고자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어 "지금까지 육거리 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것도 감사하고 찾아와주시는 고객분들에게도 늘 감사하다"며 "'처음처럼'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처음 간절했던 마음으로 한결같이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 성지연기자

반찬 담는 장선주 사장 ‘호진이네 반찬가게’ 장선주 사장이 젓갈 반찬을 판매용 그릇에 담고 있다.

ⓒ 김용수기자

'호진이네 반찬가게' 오호진씨가 반찬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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