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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TV공익광고 영상을 보면 청탁하는 사람이 이번 건만 잘 부탁해 그러면서 양복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서 앞 사람에게 내민다. 받기를 주저하는 사람에게 괜찮아 이 사람아라고 말하며 이 장면을 보던 시청자들은 어머, 왜 저래, 방금 머야? 이러면 안되지 등등의 말을 하는데, 봉투를 앞에 둔 주인공은 히죽 웃으면서 '받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찜질방에 있던 시청자들은 실망의 한숨을 쉬는데...주인공이 결정적인 마무리 발언을 한다. '마음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시청자들은 환호를 하면서 이 광고는 끝난다.

그런데 청탁을 하는 사람의 입장은, 어떤 마음이며 상태이기에 그 마음만은 받아도 되는 것일까.

청탁자는 예컨대 여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자신 혹은 자신의 자식을 뽑아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납품의 경우에는 상품에 하자가 있어도 한번 봐달라고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받겠다는 것은 단지 물건을, 이른바 김영란법에 저촉될 만한 돈이나 상품은 받지 않겠지만 그러한 돈과 상품을 자신에게 제공하려는 순수한(?) 혹은 배려를 한 마음은 인정하겠다는 것이 마음만은 받겠다는 것으로 상상된다.

물론 우리네의 일상생활에서도 마음만은 받겠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이면서 정중한 거절이라는 것이야 다들 아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마음만은 받겠다는 말은 여운이 남을 수 있다는 말이고 이 말은 곧 어떤 식으로든 다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이번에는 안 받아도 다음에는 받겠지라는 희망을 상대방에게 줄 수도 있으며 물론 좀 약했나· 라는 신호로서 좀 더 노력해봐(비싼 것으로 가져와야지)의 신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에는 처음이니 의례적으로 마음만은 받겠다고 했으니 다음번에는 좀 눈치껏 하겠지라고 하는 고수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음 조차 안 받겠다는 말은 때로는 매정하게도 들리겠지만 마음만은 받겠다는 말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사라져야 할 말인 것 같다.

대체 마음을 받아서 어디에 쓰겠다는 것인가 하고 묻는다면 너무도 천박한 혹은 실용주의자적 언사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에 따라서 마음과 몸, 정신과 육체, 영혼과 물질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영혼과 육체가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터니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이 경우에는 마음만 받겠다는 말은 곧 당신의 호의를 잘 받아들이겠고 따라서 당신이 원하는 혜택은 가능할 것이라고 해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말들이 물꼬를 터서 향후 거래가 더욱 원만해지고 서로 서로에게 좋은,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처럼 되는 머 이런 상황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마음만은 받겠습니다가 아니랴. 따라서 마음만은 받겠습니다가 아니라 그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나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죄송합니다만 그 마음을 거두어 주시길 청 합니다 정도로 바뀌면 어떨까. 연말연시에 이러저런 일도 많지만 시위현장을 청소하는 젊은 세대들 덕분에 희망을 보고 있으니 이 또한 마음만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대가성이 없는 일의 경우에는 마음을 받을 수 있으나 이른바 蘭法에 저촉되는 행위는 마음조차 허용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니랴. 다만 나에게 마음만은 받겠냐고 묻지는 마시라. 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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