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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조선중기 이전의 평균수명이 50세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네 풍습 중에 60년 만에 돌아오는 간지(干支)를 기념하는 환갑이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렇듯 귀한 생명, 목숨 줄을 하나씩 가지고 사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할 것이고 여기에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 즉 기본 품성이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 지역은 예로부터 양반의 본향이라고 하는 자긍심이 강해서 대체로 성품이 원만하고 나서거나 상대방의 얼굴을 붉히게 하는 행동은 경계를 했다고 하며 이러한 태도는 요즘도 공식, 공개적인 회의석상에서도 많이 눈에 띈다.

그런데,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을 비교적 소극적으로 평가하여 보다 적극적인, 즉 대놓고 얘기하고 터놓고 토론하자고 한다. 아울러 이러한 모습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눈치 보는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잘되면 내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고도 하고 흙수저 운운한다고 해도 이것은 아닌 듯 하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삼국이 본격적으로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갈등이 시작되던 백제 13대 근초고왕(346~375년·감우성 아님)의 경우 약 74만호(1호당 3명 기준시 222만, 5명으로 할 경우 350만명, 납세와 부역을 진 인구 기준)로 보고 고구려 역시 69만호, 신라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면(다만 조선 시대 영조8년의 통계는 730만명 정도라고 하니 논란의 여지는 있음) 500만~600만 이상의 인구라고 한다면 지금의 1/10수준이라 하니 아마도 띄엄띄엄 마을을 이루고 살았을 터이고 주요 전략적 요충지는 한강 일대였을 것이다.

그리고 수백, 수천년간 내려온 단군자손이라는 공동체적 가치관이 있어서 같은 말을 쓰는 한 민족을 그렇게 잔혹하게 살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어느 부분에 왕조가 다르다고 백성들의 사상을 검증하듯이 살상을 한 기록이 있단 말인가. 고려시대 중서문하성의 낭사가 주로 요즘의 언론기능을 담당하였다고 하지만 조선 왕조 중종실록에 의하면 요즘의 관보와 같은 조보를 발행하여 왕명을 널리 알리고 계몽하는 등 통치 도구로서 기능하였다고 하니 아마도 고려시대에는 그다지 효율적인 전달수단이 없었을 것이고 아울러 2천300여년전 공자의 7대손인 공빈(孔斌)의 동이열전에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같은 조상을 모시는 사람들이 땅뺏기 과정에서 이유도 없이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충청도 사람들이 말이 없다는 것은 이편저편 들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불편함 때문이 아니고 그야말로 양반스러움, 의젓함, 점잖음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한 것이 아닐까. 아울러 현대의 정보화 사회에서도 기명(記名)의 불편함이 있지만 예전에는 더욱 그러하였으리라. 즉 분명한 의견이나 태도를 밝힘에 대한 이익도 있겠지만 맥락적인 입장, 장기적인 견해에서 보았을 때는 불편함이 더 크다고 생각했을 수가 있다.

세상만사 물 흐르듯이 잔잔하게 흐르고 희노애락에 크게 구애받지 않음이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삶의 원칙이라고 생각해서 그러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과 원칙이 바뀌고 아울러 사람이 바뀌니 어느 정도는 분명한 입장과 태도를 밝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저는 당신의 생각과 조금 달라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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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