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도 좋다. 그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충북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경제는 2년간의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뚫고 많이 회복됐다. 그러나 충북경제에 있어 아직 회복이 요원해 보이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노동시장의 핵심연령인 30대 고용이다. 이들의 고용률이 코로나19 이후로 급락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충북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5년 이후로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해왔고, 자연스레 30대 고용률도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2020년 1/4분기 80%에 육박했던 충북 30대 고용률이 코로나19 위기로 급감하면서 2022년 1/4분기에는 75%로 전국의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게 됐다. 참고로 전국 30대 고용률은 2020년 1/4분기 76%에서 일부 하락했다가 회복해 2022년 1/4분기 현재 77%이다. 또한 충북의 다른 연령대 고용은 이미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점에서 충북 30대 취업자수 감소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은행 충북본부는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원인을 다각도로 살펴보았고, 충북의 30대 고용감소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감소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30대 여성 고용 감소의 49%가 임시근로자에서, 34%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에서 발생했다. 직업별로 보면 70%가 저숙련 일자리(단순노무·판매·서비스) 종사자였다. 또한 지역내 30대 여성 중 취업을 희망하지만 일자리 부족, 기술 부족 등의 사유로 구직활동을 포기한 인구 비중이 2020년 53%에서 2021년 상반기 76%로 증가했다. 종합하면 충북 30대 여성의 상당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충격에 취약한 일자리에 근무했고, 코로나19 충격 발생으로 직장을 잃은 다수가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퇴출한 것이다.

경기가 안 좋아서 30대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이 늘었으니 경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노동시장 복귀가 빨리 일어날까? 아쉽게도 그렇게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이유는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노동시장 이력현상(hysteresis)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력현상은 물리학 개념으로 어떤 물체에 힘을 가했을 때 그 물체가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풍선을 눌렀다가 손을 떼면 풍선은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지만, 점토를 눌렀다가 손을 떼면 눌려진 채로 남아있다. 이렇게 원상태로 복귀하지 않는 현상을 이력현상이라고 한다.

경제학도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여 충격이 발생하고 소멸한 이후에도 경제가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것을 이력현상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시장에서 실업의 이력현상이다. 규모가 큰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하게 되고, 충격이 큰 만큼 실업상태로 오래 지속된다. 실업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실업자가 보유한 직업적 기술은 현재 산업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격차가 발생하게 되어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실업자도 적은 돈으로 생활하는 실업상태에 차츰 익숙해짐에 따라 취업에 대한 동기가 점차 떨어진다. 특히, 30대 기혼 여성의 경우 실업상태에서 가사와 육아에 집중하게 되고, 실업이 지속되면 이러한 가사와 육아에 더욱 묶여있게 되어 남성보다 취업하는 것이 훨씬 어렵게 된다는 것이 여러 실증 연구들의 결과이다.

정리해보자. 코로나19 기간 중 충북 30대 고용이 유독 큰 폭으로 악화됐다. 분석해보니 30대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퇴출이 주원인이다. 여성의 경우 이력현상이 크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동시장 복귀가 지연될수록 지역경제 회복도 그만큼 느려질 수 있다. 이에 지역사회 및 정책당국은 단기적으로 이력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30대 여성의 신속한 노동시장 재진입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급한 대로 현금성 정책이어도 괜찮다. 일단은 빨리 복귀시켜야 한다. 그 이후 장기적으로 30대 여성의 취약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실시해 향후 동일한 충격 발생시 노동시장 이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이번 달에 발간될 '지역경제보고서'를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