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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4.04 15:54:00
  • 최종수정2022.04.04 15:54:00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세보증금대출(이하 전세대출)이 연평균으로 충북이 38%, 전국이 37%로 급증했다. 전세가격(보증금)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오른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많이 했던 것일까? 아니다. 전세가격은 주로 2020~21년에 크게 상승했고, 오히려 2017~2019년 중에는 연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이 충북이 마이너스 1%, 전국이 0%였다. 그럼 전세대출 금리가 확 낮아졌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2015년 이후로 보증대출 금리는 큰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2016년부터 살짝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럼 왜 급증했을까?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특이한 일이 발생했는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출) 증가율이 이상하리만큼 낮아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택가격 상승률과 주담대출 증가율의 그래프를 겹쳐보면 움직이는 궤적이 유사하다. 그런데 2017년부터 주택가격 상승률에 비해 주담대출 증가율이 이상하게 낮아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2017년부터 강화되기 시작한 주담대출 규제의 영향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많은 사람들이 주담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이 보통인데, 2017년부터 주담대출이 어려워졌다면 도대체 주택시장을 받쳐주는 자금은 어디서 공급되었을까?

제시된 두 가지 특이한 관찰로부터 해볼 수 있는 추론은 전세대출금의 일부가 주택매매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다. A라는 임차인이 기존의 전세계약이 만료되어 비슷한 가격의 다른 전셋집을 구했다. 그리고 기존의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억 원을 돌려받았다. 만일 새로운 전셋집에 들어갈 때 은행으로부터 1억5천만 원 어치의 전세대출을 받는다면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의 5천만 원만을 사용하면 된다. 그러면 1억5천만 원이라는 여윳돈이 생긴다. 만약, 이 여윳돈으로 주택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A 본인은 이미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기때문에 또 다른 세입자 B씨가 살고 있는 집을 구매하면 된다. 그리고 B씨의 전세보증금이 있기때문에 A씨는 구매하고자 하는 집의 매매 시세와 보증금의 차액만 지불하면 된다. 이런 거래를 '보증금 승계 후 임대목적 주택구입'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표현하면 '갭투자'이다.

앞서 서술했듯이 2017년부터 주담대출이 주택가격의 궤도를 하회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신기하게도 주담대출과 전세대출의 합(이하 주택관련대출)은 여전히 주택가격과 궤를 같이한다. 즉, 부족한 주담대출을 전세대출이 메꿔주는 듯한 모양이다.

그러나 추론은 추론일 뿐, 전세대출금이 주택매매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가설을 직접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 심증은 있는데 결정적 물증이 없다. 차주의 대출종류 및 금액, 대출 당시 주거형태, 차주의 주택구매 시기 및 가격 등의 미시데이터가 있어야 하나 아쉽게도 그런 자료는 없다.

그러나 주택매매시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 통계가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국토교통부가 작년에 강준현 국회의원실과 김상훈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충북과 전국의 갭투자 비율이 2020년과 2021년(1~7월)에 26~29%에 달한다. 서울은 36~44%까지 이른다. 그리고 서울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갭투자의 99.5%가 무주택자의 주택매입이었다. 결국 상당수의 무주택 세입자들이 최근 몇 년간 갭투자 방식을 이용하여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자금조달계획서 또한 정황적 증거이기에 여전히 전세대출금이 갭투자의 형태로 주택시장에 대거 유입됐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는 없다.

어찌됐든 2017년 3/4분기에서 2021년 3/4분기 4년간 충북 가계대출이 7.7조 원 증가했는데 그중의 31%(2.3조 원)가 전세대출이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절반 이상인 1.3조 원이 30대 이하 청년층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30대 이하 청년층의 갭투자 비율이 높고, 따라서 향후 집값 하락시 그들이 적잖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대출 및 투자는 개인 책임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 자세한 사항은 한국은행 충북본부 강유진 과장이 집필한 '충북 가계부채 특징 및 채무상환능력 점검(22년 3월)'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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