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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2.07 16:33:08
  • 최종수정2022.02.07 17:42:30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필자 가정에 중학생 아들 둘이 있는데 양육이 만만치 않다. 때론 전쟁도 벌어진다.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 비용이 상당하다. 반면 주위의 딩크가정을 보면 비교적 높은 소득에 여가생활까지 여유로워 보인다. 참고로 딩크(DINK: dual income, no kids)란 아이를 갖지 않고 부부가 모두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 가정과 비교해 보자. 아이들을 돌봐줄 양가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아내가 퇴직하고 육아에 전념해야 했다. 외벌이가 되어 소득이 줄었다. 반면 지출은 크게 증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8년에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월평균 양육비 지출액은 73만 원이다. 여기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공교육, 사교육, 돌봄, 기타(의복, 장난감, 육아용품, 용돈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동(同)조사에서 사교육비가 21만 원인데 2019년에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32만 원이다. 따라서 21만 원 대신 32만 원을 사용하면 자년 1인당 월평균 양육비는 84만 원이다. 1년이면 1천만 원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축소된 액수이다. 자녀를 키우는 공간에 대한 비용(귀속 임차비)과 식비는 제외됐다. 자녀가 없다면 여러 개의 방도 필요 없고 학군이 좋은 비싼 지역에 거주할 필요도 없다. 성장기 아이들의 폭풍 흡입에 가정 식비도 장난이 아니다. 이러한 주(住), 식(食)이 제외된 비용만 1인당 1천만 원인 것이다.

그게 다인가? 자녀의 학업과 진학 때문에 백방으로 귀동냥하러 다니고, 초조와 긴장 속에서 겨우 대학을 보내고 직장에 보낸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녀 결혼과 주거지 마련을 위해 부모는 모아두었던 큰 돈을 아낌 없이 내놓는다. 이것들을 다 금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얼마일까?

이렇게 고비용을 들여 아이를 키웠는데 자녀양육의 수익률은 높을까? 예전 농경사회 때는 자식들이 노후 대책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많은 재무전문가들이 은퇴 후 자녀로부터 금전을 기대할 수 없으니, 미리미리 알아서 준비해 놓으라고 경고한다. 회계학적으로 따지면 수익률이 0%가 아니라 원금을 탕진하는 마이너스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면서의 보람, 아이들이 주는 행복, 삶의 희노애락 등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으나 여기서는 제외키로 하자.

그러면 사회나 국가 단위의 공적 측면에서 자녀 양육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2020년 우리나라 전체 명목GDP(1천933조 원)를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3천664만 명)로 나누면 약 5천300만 원이다. 우리 자녀가 자라서 현재 화폐가치 기준 1인당 연평균 5천만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추경호 의원실 자료(2021년 6월 7일)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조세총액이 378조 원(150조 원의 사회보장기여금 제외)인데 생산연령인구로 나누면 약1천만 원이다. 그 돈이 도로, 국방, 각종 사회복지 등에 사용돼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즉, 우리 가정들이 막대한 사적비용으로 양육시킨 자녀들이 장성해 국가와 사회를 지탱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녀를 둔 은퇴자든, 자녀가 없는 딩크 은퇴자든 장성한 우리 자녀들의 수고와 땀으로 지탱되는 국방, 치안, 의료, 복지급여 등의 혜택을 받으며 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서두에 언급한 딩크가정을 무임승차자로 비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임신상의 문제로 자녀를 가지기 어려운 경우도 우리 주변에 많을뿐더러, 형편이 어려워서 아이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부부도 꽤 많다.

현재 우리나라 가임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은 0.84로 OECD 최하위다. 지난 2월 3일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30년에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대비 320만 명 감소하고, 동연령 경제활동인구는 125만 명 감소할 전망이다. 충북도 15~59세 인구가 2020년 103만 명에서 2030년 92만 명으로 11만 명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로 따져보자. 2019년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5년 연평균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2%로 추정됐는데 2019~2020년 연평균은 2.5%로 0.7%p 하락했다. 그 중 약 0.4%p가 노동투입 감소 때문이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발간한 '충북지역 인구구조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요인으로 충북 GRDP성장률이 향후 10년간 0.3%p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필자 부부는 애국심이나 국가경제를 위해 아이를 낳고 양육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 자체만으로의 기쁨, 행복, 삶의 의미 등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가치를 비용이 압도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에 많은 가정이 자녀 한 명만 키우기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십년간 정부에서 100조 원을 들였는데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기사를 종종 본다. 그러나 이를 지난 십년간 태어난 아이들 수로 나누면 2천만 원 정도이다. 자녀 한 명 키우는데 수억 원이 소요되고, 자녀 한 명이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 수억 원인데, 2천만 원으로 퉁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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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