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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2.06 17:22:11
  • 최종수정2023.02.06 17:22:11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몇 년 전 혁신을 강조할 때 회자되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린다. 독수리는 30살 정도 될 때 부리가 심하게 구부러지고 발톱도 무뎌져서 대부분 도태(죽음)의 길로 간다고 한다. 그 중 일부는 바위둥지에서 자신의 부리를 부딪쳐 깨고 발톱도 뽑는 환골탈태의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제 2의 도약을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독수리 이야기의 진위여부를 확인해 보려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독자 여러분께서 조류학자를 통해 사실 여부를 점검하시기 바란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이야기는 경제학에서 꽤 중요한 이슈와 연결된다. 그것은 특정 산업에서 생산성 향상이 기존 기업들에서 주로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저생산성 기업이 퇴출하고 고생산성 기업의 진입하는 데에서 주로 발생하느냐의 이슈이다.

한 연구 결과(Foster, Haltiwanger, and Krizan, 2006)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의 경우 60%는 기존 기업에서, 나머지 40%는 진입·퇴출을 통해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며, 특히 서비스업(특히 소매업)의 경우는 거의 100% 진입·퇴출에 의해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한다. 쉽게 얘기해서 기존의 치킨집이 맛있는 치킨 메뉴를 개발하여 매출이 늘어나기 보다는, 옆에 더 맛있는 치킨집이 생겨 기존의 집이 문을 닫고 새로운 집 매출이 늘어서 전반적인 치킨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은 거의 100% 기존 기업에서, 서비스업은 절반이 기존 기업, 나머지 절반이 진입·퇴출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어 온 것으로 조사되었다(전현배·신동한, 2022). 요약하면 미국은 생산성 향상에 있어서 진입·퇴출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과거 데이터가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기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자유로운 진입·퇴출의 여건이 갖춰졌다면, 저생산성 기업이 퇴출하고 고생산성 신생기업이 진입하는 것이 우리나라 생산성 향상의 주요인으로 분석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금시장의 접근성을 포함한 수많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기업 진입이 쉽지 않고 따라서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발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 퇴출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기업이 망하면 안 된다는 사회·문화적 정서와 그에 따른 정책 지원의 영향으로 경기 변동의 과정에서 기업의 퇴출 또한 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케인즈학파(국가의 적극적인 경제 개입을 지지)에 따르면 경기변동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기에, 국가가 가계나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경기변동 폭을 줄이고 따라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이에크(Hayek)를 중심으로 하는 오스트리아 학파에서는 경기 불황 역시 경제의 효율적인 작용 중에 하나로 여겨진다. 즉, 불황 때 저생산성 기업이나 한계기업들이 퇴출하고 호황 때 신규 기업들이 진입하면서 경제가 자생적으로 정화(淨化)하고 발전해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스트리아 학파는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지지한다. 일견 두 개의 학파가 대립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저생산성 기업에 대한 퇴출은 양측 모두 동의한다. 케이즈학파도 펀더멘털 측면에서 견실하지만 불황으로 인해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지하지, 무조건적인 모든 기업의 지원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요 연구기관이 보고서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2% 미만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기존 기업은 최대한 자기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매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과감하게 불황시에 저생산성 기업을 질서있게 퇴출시키고, 신생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이 될 필요가 있다.

충북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충북은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고, 진입·퇴출의 역동성도 현저히 낮아 생산성 향상이 상당히 정체된 상태이다. 이제는 놓아야 할 것은 놓고, 취해야 할 것은 취해야 할 때이다. 마치 독수리가 기존의 부리와 발톱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그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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