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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1968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발코니. 25만명의 기록적인 인파 앞에서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가 연설 중이었다. '자유, 민주주의, 흑인, 헌법' 등의 단어들을 외치며 준비해 둔 원고를 읽고 있었다. 그때 뒤에 서 있던 당대 유명한 기독교 복음성가 여가수인 마할리아 잭슨(Mahalia Jackson)이 킹 목사에게 "마틴, 저들에게 꿈에 대해 말해 줘요"라고 외쳤다. 현실은 암담하지만 자유와 평등에 목이 마른 군중이 지금 원하는 것은 잘 정돈된 연설이 아니라, '꿈'이라는 것을 그녀는 간파했다. 이 말을 들은 킹 목사는 보고 있던 연설문을 접었다. 그리고 인류 역사에 가장 유명한 연설 중에 하나를 시작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옛 노예의 후손들과 옛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애(愛)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킹 목사의 연설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환호하였다. 백미는 마지막 문장이다. "Free at last! Free at last! Thank God Almighty, we are free at last!" 번역하면 "드디어 자유가! 드디어 자유가! 전능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가 마침내 자유로워졌나이다!" 아직 자유가 주어지지 않은 시점이기에 사실은 틀린 문장이다. "We will be free at last!", 즉, "우리는 마침내 자유로워질 것입니다!"가 정확한 문장이다. 하지만 킹 목사는 그들의 꿈이었던 자유가 이미 도래했다고 선포하였다.

경제 칼럼에서 뜬금없이 '꿈' 이야기를 하니 일부 독자분들은 의아해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학이 인간의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꿈'도 경제학의 영역 안에 포함된다. 대학원 2년차 정도에 self-fulfilling prophecy와 multiple(또는 sunspot) equilibria라는 개념을 배운다. 전자는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후자는 '다중 균형'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앞다투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함이다. 외견상으로는 금리를 올려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여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expectation)'를 통제하려는 더 중요한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에 아무런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고 믿는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내년을 위한 임금협상에서 노사는 인플레이션 상승 예상을 반영하여 실제 임금을 올린다. 그렇게 되면 임금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발생하여, 실제로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오르게 된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금리라는 으름장으로 대중의 기대를 꺾으려는 것이다. 소위 뱅크런(bank-run)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은행에 맡겨둔 자신들의 돈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한 명 두 명 인출하려 할 것이고, 그것이 소문이 퍼지면 너도나도 은행에 몰려가 돈을 찾기에 실제 은행은 고객에게 인출해 줄 돈이 부족하게 된다. 즉, 내 돈이 안전하다고 믿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났을 텐데, 안전하지 않다고 믿는 순간 실제로 안전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실제 사회와 경제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고상한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자면,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다수의 결과들(또는 균형들)이 믿음(또는 기대)에 따라 실제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몇 주 전 충북대 심리학과 교양과목 강의 요청이 왔다. 경제학자로서 심리학과 수업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위에 서술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꿈을 가지고 있는지, 꿈이 없다면지금 중요한 것을 꿈을 꾸는 것이라고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독자 여러분께도 당부드린다. 나이와 상관없다. 꿈을 꾸시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으시기 바란다. 한 걸음 더 나아가킹 목사가 마지막에 외쳤던 것과 같이 그 꿈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처럼 믿고 행동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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