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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씨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 웹출고시간2022.01.10 16:04:50
  • 최종수정2022.01.10 18:50:55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1월 11일 화요일. 6개월을 목표로 시작한 금자씨의 다이어트는 순항 중이다. 올여름 입고 싶었던 옷들을 마음껏 입을 생각에 오전부터 마음이 흐뭇하다. 다만, 어제 저녁에 잠깐의 일탈이 있었다. 야근까지 하고 밤늦게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다이어트인데 괜찮을까?'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이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다고 6개월 후 다이어트가 어떻게 되겠어?'였다. 논리적으로 금자씩 생각이 맞다. 이번만 아이스크림 먹고 다음 날부터 먹지 않는다면, 당장의 아이스크림으로 작은 행복을 누리면서 6개월 후 다이어트 성공으로 큰 행복을 또 누릴 수 있다. 이렇듯 어제저녁에 작은 아이스크림 일탈 사건이 있었지만 다이어트 성공에 대한 염원과 확신은 여전히 또렷하다.

분주한 오전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외부에서 식사를 했다. 직장인의 식후 코스는 커피전문점. 새로운 곳을 개척했는데, 하필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었다. 금자씨는 또 한 번 논리적인 사고에 들어갔다. '그래, 직장 동료들과 아이스크림 한 번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일부터 안 먹는다면 다이어트 성공은 문제없어. 금자 화이팅!'

과연 금자씨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금자씨는 현시점에서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했지만, 통시적(通時的) 관점에서 논리적이지 못했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최적정책의 시간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이라 부른다. 쉽게 설명을 드리겠다. 1월 10일에 살고 있던 금자A씨는 1월 11일에 살고 있을 금자B씨에게 규칙을 부여했다. '금자A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금자B는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름 1월 10일의 최적정책이고, 이 규칙 하에서 금자A씨는 마음 편히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지만 1월 10일이 지나고 1월 11일의 해가 뜨는 순간 금자B씨가 순간적으로 금자A씨로 변신하게 된다.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아야 하는 금자B씨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다. 사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시 내일(1월 12일)로 이동한 것이다. 따라서 1월 11일의 금자씨는 점심 때 동료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또다시 이렇게 말한다. "나(금자A)는 아이스크림을 먹지만 너(금자B)는 다이어트를 위해 먹으면 안 돼"

시간 비일관성은 우리 주변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탄소중립이라는 중차대한 목표와 유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파리협약에 복귀한 미국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지난 2005년 대비 50~52%로 감축하기로 선언했다. 8년 밖에 안 남았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자 전략비축유 방출, 산유국 압박 등을 통해 당장 충분한 석유가 공급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통시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유가가 오른 상황이 얼마 남지 않은 2030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약(藥)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제가 안 좋으니 이번만 원유공급을 늘려 위기를 넘기고 내년부터 다시 과감하게 탄소중립으로 돌아서자'라는 말은 금자A씨와 동일한 논리이다. 이러한 시간 비일관성은 통화정책에서도, 기업경영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지금 금리를 인하해 성장률을 제고시키고 다음번에 금리를 올리자'와 같은 주장이다.

많은 독자는 금자씨와 같은 실패를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여기서 획일적인 답을 할 수는 없다. 시간 비일관성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개인생활이나 조직에서 시간 비일관성 때문에 그동안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 또는 향후 문제될 소지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분간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사족 하나 달겠다. 금자씨가 약국에 가서 아이스크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약을 오늘 구입해 먹는다든지, 이게 너무 과격하다면 아이스크림을 먹을 경우 10만 원 벌금을 낸다는 약속을 가족들과 하고 오늘 당장 적용한다면 시간 비일관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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