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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9.05 16:27:26
  • 최종수정2022.09.05 16:27:26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아직 크리스마스가 되려면 석 달하고 보름가량이 남아있지만, 찰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럴로 오늘의 이야기를 열어보려고 한다. 주인공 스크루지는 어린 시절 책을 좋아하고 순박한 소년이었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던 탓에 점차 돈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람으로 변모했고, 나중에는 사랑했던 연인까지도 잃게 되며 구두쇠 스크루지로 전락하였다. 성장 과정에서 행복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은 무조건 아끼고 모아야 한다는 신념이 의식적으로 무의적으로 그를 사로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들에게 질문 하나를 드린다.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집에 금송아지가 많지만 소비수준이 낮은 사람과 금송아지가 1마리 밖에 없어도 소비수준이 높은 사람 중 누가 과연 행복한 것인가? 개인 또는 사회의 후생(행복)을 다루는 후생경제학에서는 보유한 금송아지 개수로 후생을 측정하지 않고, 얼마만큼 잘 먹고(소비) 잘 놀았는가(여가)로 측정한다. 즉,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돈을 잘 사용하지 않고 시간을 잘 즐기지 않으면 실제로 썩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물론 언제나 소비가 중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래의 소비를 위해 때로는 악착같이 일하고 저축을 할 필요도 있다. 과거 구로공단에서 우리 어머니 그리고 누님들이 하루 18시간씩 재봉틀을 돌리고 저축하여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루어졌다. 유식하게 표현하자면 평생(life-time) 소비의 증대를 위해 때로는 현재의 소비를 당분간 줄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충북의 성장 전략도 상당히 유효하였다. 수도권 규제, 그리고 지자체 및 지역민의 노력으로 충북도는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생산시설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고,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지역내총생산(GRDP)이라는 열매를 맺어왔다.

문제는 충북 정책의 무게중심이 여전히 생산, 투자, 그리고 성장에 과도하게 쏠려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금송아지보다 행복, 재미(fun) 그리고 여가에 더욱 큰 가치를 두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에 더 늦기 전에 지역정책의 무게중심을 일부라도 소비자에게 옮길 때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지역민의 소비 및 여가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유통, 문화, 서비스업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종 유통 및 서비스 그리고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어 충북도민이 고품질의 소비와 여가를 누릴 수 있게 된다면 당연한 소리겠지만 우선 지역민의 후생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효과가 여기서만 멈추는 것이 아니다. 지역 민간소비가 증대되면 승수(乘數)효과를 통하여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승수효과란 소비가 증가하면 관련 업종 생산이 증가하고 따라서 해당 업종 종사자의 소득이 증가하고 이것이 다시 소비→생산→소득 증대의 선순환을 한다는 것이다. 케인즈(Keynes)가 주장하는 확장적 균형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은 우리 충북내의 제조나 건설 등의 기존 사업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 사업체 경영자들이 겪고 있는 큰 어려움 중에 하나가 인력난인데, 매력과 재미 그리고 소비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충북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 위주의 정책 전환은 이러한 인력 유치의 어려움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충북의 1인당 명목 민간소비지출은 2020년 기준으로 1천522만 원이며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다. 충북의 높은 고령화 비중, 지역민의 높은 저축성향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기에 낮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다. 다만, 지역 정책의 무게가 소비자 편으로 조금씩 옮겨질 때 소비와 생산이 조금 더 균형이 잡힌, 그래서 지금도 좋지만 더욱 살기 좋은 충북으로 변모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크루지가 꿈에서 깨어 드디어 본인과 주위 사람들을 위해 소비를 시작할 때 그 자신과 직원 가족, 그리고 조카 가족이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막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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