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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중원대학교 초빙교수

세상이 확실하게 바뀌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에 기존의 인간사회가 전복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복작거리며 사는 소소한 행복과 침 튀기며 떠드는 즐거움도 빼앗겼다. '몸은 언택, 마음은 컨택'란 구호가 나왔다. 사람간 거리 유지가 서로 기대어 살던 마음마저도 멀어지게 한다는 반증이다. 다수의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개인은 한없이 작아졌다. 만물의 영장이라던 우리가 이렇게 허약한 존재였던가· 얄팍한 마스크 한 장에 삶을 의지해야 할 만큼 부실한 건축물 속에서 지금껏 살아왔단 말인가?

아직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고 곧 극복될 것이라는 바람으로 버티는 것 같다. 인류의 역사가 그래왔던 것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공동체적 믿음이 있기에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나 싶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efore Corona 시대로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니 With Corona 시대를 대비하라고 한다.

나에게 당면한 현실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이다. 지난 학기는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국가 정책과 학교에서 제시하는 지침에 따라 강의를 진행했다. 이론과목은 매주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그것을 보면서 각자의 집에서 공부했다. 두세 명씩 그룹으로 진행하던 실습은 한 명씩 분리하여 단축된 과정으로 운영하였다. 비상시국이란 이름하에 면피성 강의를 한 것이었다. 학생들도 어쩔 수 없이 따랐다.

하지만 기말고사를 통해 인터넷 강의가 어떠한 것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내가 의도했던 방향과 학생들이 이해하는 수준의 괴리가 컸다. 특히 기초적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나 보다. 우선 바뀐 학습체계에 맞추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나의 책임이 크다.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측면에서도 노력이 부족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곧 시작될 2학기 수업이다. 다시 시작되는 온라인 강의로 부족했던 부분의 보충과 제대로 된 학습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냥 받아들이고 적응하라는 말을 반복해야 하는가?

모든 분야가 다 어렵지만 특히 내가 전공과목으로 가르치는 항공분야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금 당장 바이러스 백신이 시중에 배포된다고 하더라도 관련업계가 정상화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많은 기성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놓고 실업자로 밀려났다. 그런데도 각 대학의 항공운항학과와 민간비행교육원에서는 끊임없이 자격증을 갖춘 예비조종사를 쏟아내고 있다. '졸업=실업자'가 되는, 그야말로 레드 오션(Red Ocean)의 극한이다. 졸업이 두려운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자니 이제 막 출발점에 선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하고, 희망을 실어 말하면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어서 진퇴양난이다. 언젠가 회복될 것이니 묵묵하게 주어진 학업에 충실하자는 말도 그들에겐 무책임한 말로 들릴 것이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말 밖에 뾰족한 대안이 없어서 답답하고 안타깝다.

지난 1학기를 함께한 2학년 학생이 찾아왔다. 멋진 조종사의 꿈을 안고 이 길을 선택하였는데 암담한 현실 앞에서 전진도 후진도 못하겠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전진을 하자니 불확실한 앞날을 알면서 비싼 비행실습비 투자가 두렵고, 후진을 하자니 꿈을 접는 일이라 청춘이 아프다는 것이다. 일단 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어 주는 데에 집중했다. 그런 다음, 조심스럽지만 힘주어 답했다.

인생은 확률게임도 아니고 사다리타기 게임도 아니다. 어느 길을 가야 가장 성공적일지 확률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 번 선택하면 결론까지 곧바로 달려가야 하는 사다리타기와 같을 수는 없다. 설사 한쪽 길을 택하여 걸어가는 중간에 잘 못 들어섰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걸어간 만큼은 남는 장사다. 내 기억으로도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하고 일어서는 것이 인생의 묘미다. 그러니 지금 선택을 너무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코뿔소처럼 돌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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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