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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살아가는 이유

어린왕자의 하늘이야기

  • 웹출고시간2015.09.09 13:24:42
  • 최종수정2015.09.09 13:24:39

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가을은 하늘에서부터 시작되는가 보다. 태풍이 한 차례 지나간 뒤 제일 먼저 하늘이 파래졌다. 끈적끈적한 습기가 가셔진 공기는 투명하고 상쾌하다. 멀리 있던 덕유산, 속리산, 계룡산, 월악산 산마루가 코앞으로 바짝 다가와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가을은 땅에서보다 더 환하고 아름답다. 봄이 생기로 피어나는 연녹색 아름다움이라면, 가을은 혼돈을 정리하는 투명함과 조금씩 완숙完熟으로 변해가는 황갈색 아름다움이다. 푸른 하늘은 그 아름다움의 바탕이자 여백이다.

가을이 오면 누구나 바빠진다. 바빠서 바쁜 게 아니라 조바심으로 인해 마음이 먼저 바빠진다. 전투조종사도 역시 바쁘다. 궂은 날이 드물어서 쉴 틈이 없기도 하지만 각종 훈련과 행사가 줄을 잇는다. 덩달아 활발해지는 북한공군 활동은 비상대기실의 조종사들을 긴장시킨다. 자신과 부대의 전투기량을 겨루는 보라매공중사격대회가 열리는 시기도 가을이다. 그래서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아니라 '천고조피天高操疲(하늘이 높아 조종사는 피곤해진다) 계절'이라는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 가을은 조종사에게도 절정의 시즌인 셈이다.

가을이 오면 푸른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군대표조종사인 '블랙이글'이다. 그들은 푸른 하늘에 파스텔 톤의 연막으로 낭만과 꿈, 그리고 국가와 국민들을 향한 굳은 의지를 그려낸다. 길어야 1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순간예술이지만, 그 그림들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뚜렷하게 투영된다. 그것은 여덟 대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그려내는 웅장하고도 박진감이 넘치는 그림이어서 그렇고, 푸른 하늘의 낭만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그럴 것이다.

나 같은 조종사가 그들의 힘찬 움직임을 보며 느끼는 감회는 또 다른 면이 있다. 몸무게의 5∼6배를 넘나드는 격렬한 신체적 하중(G)을 견디면서도 3m 안팎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내쉬는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소음에 지나지 않겠지만 하늘로 치솟으며 남기는 요란한 폭음소리는 온몸을 전율케 하는 진동과 박력으로 전해온다. 그 순간 내가 조종사라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3년 전이었던가. 블랙이글 팀이 영국에서 열리는 국제 에어쇼에 참가하였다. 많은 외국의 군 지휘관들과 함께 블랙이글의 에어쇼를 참관한 한국공군참모총장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저 눈시울을 붉힌 정도가 아니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의 눈물을 줄줄 흘렸다. 모든 기동이 끝나고 무사히 착륙한 블랙이글 조종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주기장으로 찾아간 자리에서였다. 우리보다 훨씬 앞선 역사와 전통의 강국 에어쇼 팀들을 누르고, 당당히 세계최고의 팀으로 우뚝 선 모습에 솟아오르는 찡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우리 손으로 만든 항공기로 영국의 하늘에 커다란 태극무늬를 그려낸 자랑스러운 부하조종사들이었다. 그들 앞에서 공군의 수장首長이라는 근엄한 모습은 허물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목이 메여 겨우 이어간 몇 마디 격려의 말은 그 어떠한 칭찬보다 진하고도 뜨거웠다.

애국심은 단순한 교육이나 강요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도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라를 위해 무언가 이루어내었다는 뿌듯함과 지휘관의 진심이 눈물로 승화되어 전해질 때, 모두가 하나 되는 감동이 온다. 그때, 애국심은 자연스럽게 사나이 가슴에 아로새겨지는 것이다.

최근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최전방을 지키는 많은 병사들이 전역을 연기하고 동료들과 생사를 같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부 건강하지 못한 군인들로 인해 군 전체가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아직도 일선부대에는 애국심과 군인정신이 살아있다.

군대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이러니한 비밀을 잘 모른다. 무엇이 군인을 군인답게 만드는지, 어떻게 가슴 뜨거운 사나이가 되어 가는지, 왜 남자 세 명이 모이면 군대이야기가 주제가 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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